“한국에서 태어나서 (류연웅 著, 고블)”을 읽었습니다.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래퍼 릴뚝배기. 열 일곱살 무렵 신에게 맹세했습니다. 자신이 힙합을 버리려고 하면 자신을 죽게 해달라고. 하지만 정규 앨범을 발매했지만 댓글은 단 2개 뿐. 아니, 그 사이 누가 댓글을 삭제했나봅니다. 이제 그나마 하나 밖에 남지 않았네요.
‘한국에서 태어나서….’
이제, 힙합을 버리려 합니다.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러자 거짓말 같이 신이 나타납니다. 그것도 ‘힙합의 신’. 신은 릴뚝배기가 맹세한 대로 힙합을 버리려 했기에, 이제 마지막 하루만 남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오후 6시. 릴뚝배기는 자신의 목숨이 그나마도 6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래퍼 조헤드. 말실수, 아니 글실수로 인해 자신의 과거를 청산하는 뮤직비디오를 찍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ㅈ같다’라고 적었던 것을 변명하기 위해. 사실이 아니지만 사실로 만들어야 합니다. 자신만을 믿고 있는 기획사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류연웅 작가는 그동안 “펄프픽션 (고블)”, “미세먼지 (안전가옥)”, “편의점 (안전가옥)” 등 엔솔로지와 경장편 “근본 없는 월드클래스 (안전가옥)”을 통해 자주 만난 작가입니다.
류연웅 작가는 여러모로 튀는 작가입니다. ‘근본 없는’ 현대어를 통해 엄숙성, 정형성을 타파하며 종이 매체가 아닌 마치 웹페이지나 동영상과 같이 표현하는데 매우 능숙한데, 특히 “근본 없는 월드클래스”를 통해 그러한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고 난 이후에는 소설이 아니라 마치 영상물을 시청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번에 읽은 “한국에서 태어나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 작품입니다. 아니 마치 전작 “근본 없는 월드클래스”와 쌍둥이처럼 닮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매체적 글쓰기이지만 그동안 종이매체에서 드물었던 시도를 하는 작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이의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독자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한국에서태어나서, #류연웅, #고블, #들녘,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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