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고래부터 이야기에 열광해왔습니다. 피워 놓은 모닥불을 에워싸고 앉아 장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수만 년 전 밤의 정경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경험을 넓히며 재미를 느낍니다. 하지만 이 재미라는 것을 정량화해서 측정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떤 것에는 재미를 느끼고 어떤 것은 재미가 없다고 느낍니다.
현대인들이 문화 콘텐츠를 향유함에 있어 이 재미라는 요소는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데에는 시간과 돈이라는 자원을 사용해야 하는데 재미있는 콘텐츠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이나 작가를 선택하는데 장애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수상작품들은 재미 면에서는 그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담보해왔기때문에 그런 선택에 대한 어려움과 고민을 해결해주는 훌륭한 대안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구요.
이번에 읽은 “펑 (이서현 著, 마카롱)”은 제 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입니다. 이서현 작가의 작품인데 독립출판으로 출간한 작품를 제외하면 이번 작품이 첫 출간 소설이라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강남구 모 아파트에서 터진 사제 폭탄에 대한 뉴스속보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 처음부터 눈길을 잡는 이 작품은 바로 이서현 작가의 데뷔작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대학교수인 아빠, 약사인 엄마, 드라마 작가 지망생인 장녀, 막시작한 스타트업에 한창 장남, 그리고 여고생 막내인 사제 폭탄이 터진 집의 구성원들, 그리고 이웃, 경찰 등의 시점을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써 사제 폭탄의 폭발 이후 가족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폭탄 테러라는 소재를 활용했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인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어찌 보면 폭탄과 테러라는 극단적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하고 있지만,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고 누구보다 가까워야 할 가족들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바쁘다 보니 어쩌면 누구보다도 멀어져 버린 사이가 되어버린 이야기, 타인의 불행을 흥미 위주로 접근하고 클릭수 장사에만 열을 올리는 사이버 레카들, 떨어질 집값에만 흥미가 있는 이웃 등 우리가 주변에서 그리고 언론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는 역량은 작가의 이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습니다.
덧붙이는 말 : 줄거리만 대충 봤을 때 “펑”이라는 제목은 소재로 활용한 사제 폭탄을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서현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펑, #이서현, #마카롱, #책을좋아하는사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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