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 효과 (캐서린 샌더슨 著, 박준형 譯, 쌤앤파커스, 원제 : Why We Act: Turning Bystanders into Moral Rebels)”를 읽었습니다.
2003년 서울 신당역에 한 남자가 선로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마침 들어오던 열차의 기관사는 그 남자를 발견하고 급정거를 합니다. 다행히 선로에 떨어진 남자는 열차에 치이는 상황을 모면하기는 했지만 열차와 선로 사이에 끼어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탑승객들이 내려 이 상황을 지켜봅니다. 거대한 열차와 선로 사이에 끼인 남자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매우 급박한 상황. 그 때 누군가 외칩니다. 열차를 밀어보자고.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말을 따라 열차를 밉니다. 사실 누구도 그 열차가 밀릴 것이라 생각하고 민 것은 아닐 겁니다. 지금 눈 앞에 사람이 열차에 끼어 곧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엇인가를 해야 했기에 열차를 밀었을 겁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납니다. 열차는 그대로 밀렸고 선로에 떨어진 남자는 다행히 구출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누군가 밀어봅시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발을 동동 구르고 119를 불렀을 테지만 누구도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에서는 누군가 행동했기에 벌어지는 일이지만 우리는 반대의 사례를 더 많이 경험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보더라도 우리는 외면하곤 합니다. 누군가 도와주겠지, 누가 나서겠지 등등으로 합리화하면서 말이지요. 이렇듯 내가 아닌 모두의 책임이 되는 상황에서 책임이 분산되어 나타나는 방관자 효과 (傍觀者效果, bystander apathy)를 다룬 책이 바로 이 책, “방관자 효과”입니다.
인간은 독립적 존재로 착각하곤 하지만 군중이나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매우 많은 영향을 받곤 하는 존재입니다. 장기적인 영향 뿐 아니라 단기적인 행동과 심리에도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많을 때 내 눈 앞에 일어나는 좋지 않은 일 앞에서 침묵하려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자연스러운 본성 이면에서 작동하는 심리적 요인을 이해하고, 그러한 나쁜 일들이 지속되도록 허용하는 침묵이 장기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 앞에서 벌어지는 나쁜 일들은 누군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일부터, 학교에서의 따돌림, 대학이나 직장에서의 성폭력일 수도 있고 직장에서의 비윤리적인 행위들까지 다양합니다. 나는 군중 속에 숨어서 누군가 잘못된 일이라고 이야기해주기만을 기다리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나서지 않습니다. 개인의 용기에는 무리의 연대가 뒤따를 것이라는 신뢰가 중요할 것인데 많은 경우 이러한 신뢰는 약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바로 무리 중 하나인 ‘내’가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도덕적 저항 (Moral Rebels)으로써 맞서야 하는 방법과 전략에 대해서도 실천적인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 그리고 마틴 루터 킹의 ‘침묵이라는 배신’이라는 경구가 생각나게 하는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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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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