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는 죄가 없다 (나탈리 헤인즈 著, 이현숙 譯, 매일경제신문사, 원제 : Pandora's Jar: Women in the Greek Myths )”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나탈리 헤인즈 (Natalie Haynes)는 영국 출신의 작가이자 방송인이라고 합니다. 고전을 대중에게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전학회상을 수상하기도 한 저자는 고전을 재해석한 소설과 논픽션을 다수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책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수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표제를 장식한 판도라를 비롯해, 이오카스테, 헬레네, 메두사, 아마존 전사들, 에우리디케, 메데이아, 페넬로페 등 그리스 신화를 통해 익숙해진 이름들이죠.
하지만 그리스 신화를 다룬 대부분의 매체에서 이 여성들을 수동적이거나 악녀로 그리고 있습니다. 혹은 아주 멍청하게.
하지만 저자는 그리스어를 공부하면서 이러한 여성들의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지금 알려지고 있는 이야기, 단순화된 이야기의 이면에 다른 세부적인 내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메두사는 언제나 괴물이었던 것이 아니었고, 헬레네는 간음한 여성이 아니었으며, 판도라는 악녀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들은 그동안 이들을 다룬 매체에서 표현한 대로 악랄하며, 멍청한 악녀들일지도 모릅니다.
신화라는 것은 구전으로 전승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해진 이야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여러 갈래일 수 밖에 없고, 이는 당대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신화에 표현되는 이야기는 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거울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의 이면에 숨겨진, 신화 속의 여성이 가진 원래의 모습을 꺼내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도라. 단지 제우스가 인간 세상에 내려보낸 최초의 여자. 그리고 우리는 악덕의 상자를 연 여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판도라가 열었다고 한 상자에 대한 이야기는 정작 그리스 신화에 없습니다. 16세기 경 상자로 번역되는 그것은 뚜껑 조차 없는 항아리. 저자에 따르면 뚜껑이 없는 항아리를 판도라가 열였다고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여성들의 원형 - 우리가 알고 있던 그 그리스 신화가 아니라- 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썸네일에 불과합니다. 실상은 훨씬 더 복잡한 인물이며 간단하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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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주관하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필자의 주관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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