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용 캡슐 (김소연, 윤해연, 윤혜숙, 정명섭 共著, 라임)”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기후위기에 직면한 인류 문명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룬 SF 엔솔로지입니다.
이 엔솔로지에 참여한 작가는 모두 4명으로 김소연 작가, 윤해연 작가, 윤혜숙 작가, 정명섭 작가가 바로 그들입니다. 이 4명의 작가는 마침 6월에 출간된 “전사가 된 소녀들 (서유재)”이라는 역사 테마 엔솔로지에 참여한 바 있는데 다시 이렇게 뭉쳤군요.
김소연 작가는 “명혜 (창비)”, “꽃신 (주니어파랑새)” 등 아동문학으로 잘 알려진 분입니다. “일인용 캡슐”에는 ‘가이아의 선택’이라는 작품으로 참여했습니다. 제목에서 드러난 것처럼 가이아 이론을 바탕으로 한 단편 소설입니다. 가이아 이론이란 지구가 단순한 행성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마치 세포조직처럼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구 역시 생명체라는 가설입니다. 보통 가이아 이론을 다룬 소설에서는 지구 혹은 지구를 상징하는 존재가 지구를 병들게 하는 인류에 여러 수단으로 퇴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에서는 지구가 아닌 인공지능이 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윤해연 작가는 비룡소 문학상으로 등단한 작가로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 (비룡소)”, “별별마을의 완벽한 하루 (문학동네)”, “지구소년보고서 (리틀씨앤톡)”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동문학 작가입니다. 참여한 작품은 표제작이기도 한 “일인용 캡슐”입니다. 기후 위기로 인해 급기야 해수면 상승, 전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의 발생, 생물종의 대량 멸종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살 곳을 잃어버린 난민이 엄청나게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이들 난민을 화성 테라포밍 작업에 투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5년여가 지난 이후부터는 지구로부터의 소식과 보급이 끊기게 됩니다. 그들은 과연 지구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일까요?
윤혜숙 작가는 한우리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입니다. “계회도 살인사건 (서해문집)”, “내 친구 집은 켄타별(리틀씨앤톡)”,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사계절)” 같은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파멸적인 팬데믹 이후 인류는 자신의 생명과 문명을 지키기 위해 바이러스 감지기인 코찌를 언제나 장착하고 다니는 미래 사회를 그린 ‘코찌’라는 작품으로 이 엔솔로지에 참여했습니다. 신제품 코찌로 인한 부작용, 그리고 동급생의 실종 등을 계기로 숨겨져 있는 거대한 비밀에 접근해가는 아동 모험극의 형식의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정명섭 작가는 직장 생활과 바리스타 경력을 가진 작가입니다. 최근 엄청나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기도 한데 특정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만나볼 수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 엔솔로지에는 빙하기가 도래하여 종말을 앞둔 시대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태양빛을 되찾기 위한 소년과 일행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 ‘빛을 찾아서’로 참여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겨울만이 존재하는 세상에 그 이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 승환이 등장합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전해줬 듯 이 아이는 인류에게 새로운 빛을 찾아주기 위한 모험을 떠납니다.
앞서 각 작품에 대한 대략의 소개를 했는데 이 책, “일인용 캡슐”은 기후 위기가 계속되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 SF라는 장르적 외피를 빌어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점점 심각해지고, 마땅한 대안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이때, SF라는 외피를 빌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다만 이야기 속에 설정이나 갈등 등을 충분히 녹여낼 수 있는 작가적 역량을 가진 분들인데도 직접적인 설명을 너무 자주 사용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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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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