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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넘어 보편적 기본서비스로 (안나 쿠트, 앤드루 퍼시 共著, 김은경 譯, 클라우드나인, 원제 : The Case for Universal Basic Services)”를 읽었습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기본소득 담론을 넘어서 미래 세대를 위해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최근 COVID-19 팬데믹 사태를 거치면서 세계 각국에서 기본 소득에 대한 정책적 의사결정이 재난지원금 혹은 소비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기본소득은 담론 수준 혹은 일부 지역에 대한 실험 수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로 정책적 실험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재난지원금(무엇이라 이름을 붙이던 간에)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말그대로 재난을 당한 구성원에 대한 지원금의 성격이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즉, 제대로 된 기본소득은 아니라는 의미이지요. 

사실 (재난지원금 성격을 가지지 않는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기본소득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가장 큰 우려는 바로 재원에 대한 부분입니다. 공동체 모두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취약 계층에 제공되는 맞춤형 복지가 축소되거나 없어질 것이라 전망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재원이라는 것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 재원이 기본소득에 활용될 경우 사회적 소득 혹은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없어질 것을 우려합니다.
기본소득은 흔히 착각하는 것처럼 좌파적 의제가 아니라 시장주의적 논리를 따르는 우파적 의제입니다. 즉, 사회 구성원들의 주머니 속에 약간의 돈을 넣어주고 그 돈을 시장의 논리에 따라 사용하게 하는 정책입니다. 지본주의의 위기라 일컬어지는 지금에 있어 시장주의자들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이러한 기본소득이라는 의미입니다. 책에서는 지불능력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생활 필수품이나 필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보편적 기본서비스가 공동체의 연대를 되살리고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에서 의미하는 보편적 기본서비스라 함은 실업과 빈곤의 고통을 예방하기 위해 질병, 주거, 교육, 돌봄 등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사회임금(social wage)을 의미합니다. 책에서 저자들은 기본소득이 어떻게 정의되든 그것이 실제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통해 기본소득이 목표로 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팬데믹이라는 사태를 통해 인류는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소중한 교훈을 깨달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어느 한 사람,  한 나라도 홀로 살아갈 수 없고 연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백신의 개발과 접종 개시로 인해 팬데믹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는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국가 간의 백신 확보와 접종의 차이로 인해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제 4차 대유행이 촉발되면서 더욱 그러한 점이 두드러졌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팬데믹 사태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팬데믹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감염병의 대량 확산은 사회의 약한 부분을 치열하게 공격합니다. 그로 인해 취약 계층, 자영업자들은 연쇄적으로 경제적으로 몰락하거나 그럴 위기에 놓이게 됨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죄로 몰아갈 수는 없지만 마치 19세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된 지금의 시점에서 팬데믹 사태는 공동체를 붕괴시킬 뿐만 아니라 팬데믹 상황을 장기화할 개연성이 충분합니다.
인류 사회는 기본소득에 대해 아직까지는 대규모 정책적 실험의 결과물을 얻지 못했고, 이러한 정책적 결과를 확인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자본의 불평등, 부의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으며 공동체의 연대를 되살릴 수 있는 해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본소득을넘어보편적기본서비스로, #안나쿠트, #앤드루퍼시, #김은경, #클라우드나인,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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