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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던 작품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 맥스 글래드스턴 共著, 장성주 譯, 황금가지, 원제 : This Is How You Lose the Time War)”를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작년 휴고상 수상작입니다. 당시 경쟁작 중 하나가 바로 테드 창(Ted Chiang, 1967~)의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Anxiety Is the Dizziness of Free)’였습니다.  “숨 (김상훈 譯, 엘리, 원제 :  Exhalation: Stories)”의 수록작 중 하나인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은 테드 창의 문학적 기량이 여전함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놀랐습니다. 물론 휴고상 수상 여부가 작품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아닙니다만 기대감까지 가릴 수는 없겠지요. 더구나 공저자인 두 작가 모두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은 작가라 미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을 것입니다. (작품을 기다리던 중 아말 엘모흐타르의 작품 중 하나가 창비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시간 전쟁을 하고 있는 서로 다른 진영에 속한 에이스들이 편지를 주고 받게 됩니다. 그 편지는 단순히 편지지에 쓴 문자로 이루어진 것들이 아닙니다. 유리병 속에 담긴 물분자로, 한 줄의 글을 적는데 십년의 시간이 필요한 나무의 나이테로, 솟구쳐 흐르는 용암의 패턴으로, 실잠자리의 몸통에 검은색과 파란색으로 교차하는 체크무늬로, 그리고 붉나무 씨앗의 맛으로도 서로의 마음과 의심을 주고 받습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깊이 사랑합니다. 수 천년 아니 셈할 수 없이 크고 많은 시간은 그들의 이해, 사랑을 키우기에 충분하지요. 또한 아무리 조심한다 한들 그 크고 많은 시간은 각 진영이 에이스들의 행적에 대해 의심을 갖기에도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배신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행적이지만 증거가 없어 의심만 하던 각 진영은 그 상황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안기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두 에이스, 레드와 블루는 알고 있습니다. 

서로의 집단을 불구 대천의 원수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점에서 시간 전쟁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도 보이기도 하고, 레드와 블루가 모두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퀴어 문학으로도 보입니다.  또한 SF적 경외감을 제대로 살린 설정 역시 빼어납니다,만 시간 전쟁이라는 SF적 소재를 지우고 보면 문학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서간 문학의 모습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소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SF팬으로서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신들은이렇게시간전쟁에서패배한다, #아말엘모흐타르, #맥스글래드스턴, #장성주,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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