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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드 중에 ‘보스턴 리걸’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제임스 스페이더가 연기한 엘런 쇼어의 괴짜 연기와 더불어 법정 장면이 일품인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특이한 캐릭터가 한 명 등장합니다. 제리 에스펜슨 (Jerry Espenson, 크리스찬 클레멘스 扮)입니다. 50여개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이 캐릭터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천재 변호사입니다. 이 캐릭터를 통해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아니 애초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자폐증이라고만 알고 있었기도 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유병률은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0.5~2%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증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알지 못하기에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구요. 
몇 년 전 영화 “말아톤”이나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이 증상에 대한 묘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인지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조제프 쇼바네크 著, 이정은 譯, 현대지성, 원제 : Je suis a l'Est!)”는 실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저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 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한때 지적장애 취급을 받던 저자는 독학으로 10개 언어를 습득하고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할 만큼 뛰어난 지적 능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규칙에만 가두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써야 할 뿐만 아니라 불안감에 휩쌓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쉽게 맺기도 하는 교우 관계는 저자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틀에도 맞지 않는 아이’라는 이 책, 1장의 제목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듯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역경을 딛고 이룬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자랑하지 않습니다. 자폐인으로서 겪는 일들을 저자는 담담하면서도 유머스럽게 묘사합니다.  비자폐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이지요. 

어떤 일은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시각에서만 우스꽝스럽습니다. 저자는 그 우스꽝스러운 일을 해내기 위해 불안감 속에서 많은 준비를 통해 겨우 해내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그렇게 쉬운 일이 저자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자폐인도 사회생활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단언코 이야기합니다. 자폐인에게 사회생활은 고통이 언제나 뒤따른다고요. 자폐인에게 사회생활은 마치 낯선 나라에 갔다가 길을 잃은 상황에서 처음 배우는 외국어와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상황. 이때 누군가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면 그 길을 이제 알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폐인은 사회생활이라는 그 길을 대부분의 시간 동안 혼자 찾아가야 합니다. 

저자는 인간이 매우 복잡한 존재이고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자폐인 역시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 하나의 특징만으로 인간을 규정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저자는 키가 195cm에 이르는 장신입니다. 이 역시 저자의 특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 자폐만이 저자를 규정하는 유일한 기준인 듯 사람들은 굳이 저자를 자폐인이라 부릅니다. 자폐도 저자가 가진 특징 중 하나일 뿐인데 말이지요. 
그리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인간을 시계처럼, 기계처럼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 존재로 축소하여 이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리는모두다른세계에산다, #조제프쇼바네크, #이정은, #현대지성,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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