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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은행나무, 숲 산책 도중 만나는 소나무, 베란다에 놓여진 몬스테라 화분 등. 우리는 식물에 대해 어떤 감정이나 인상을 가지고 있을까요? 정적(靜的)이고 고요하고,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무르면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존재 정도의 인상 아닐까요? 아니면 기능적으로 공기를 맑게 하고 산소를 만들어내는 존재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식물을 위한 변론 (맷 칸데이아스 著, 조은영 譯, 타인의사유, 원제 : In Defense of Plants: An Exploration into the Wonder of Plants )”은 그런 식물에 대한 인상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 역시 식물이 지루한 존재라 인식했었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물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런 존재가 아님을 곧 깨닫게 되지요. 식물 역시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경쟁자를 말살하고자 하며, 번식을 위해 경쟁하고, 때로는 협업하기도 하는 등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존재임을 저자는 깨달았고 이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 알려줍니다. 
만약 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지 않았다면 지구 상에 산소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애초에 육지에 처음 자리잡은 생명체 역시 바로 이 식물입니다. 식물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있었기에 동물 역시 육지에 자리잡을 수 있었겠지요. 애초에 식물과 동물은 공생과 공존의 관계였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특히 곤충의 경우 그러한 관계가 특별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많은 곤충들은 전문종이어서 소수, 심지어 한 종에 의지해서만 번식하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특히 카너 블루 나비와 루피너스와의 관계는 인상적입니다. 결국 카너 블루 나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루피너스가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이 카너 블루 복원 프로젝트 사례에서 더욱더 인상적인 점은 루피너스로 인해 카너 블루 애벌레와 개미와의 협력 관계까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식물을 매개로 서로 다른 동물종 간의 유대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이 책은 식물에 대해 인간의 시야에서 바라본 존재가 아니라 식물의 관점에서,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능동적인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관점에서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은 식물이 수동적이거나 조용한 존재가 아니라서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식물 역시 생명의 주체로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존재임을 드러내는 저자의 관점이 색다르기도 하고 마음에 듭니다. 주어진 삶이기에 체념하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주어진 환경 내에서도 좀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식물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도 그와 닮기를 바라는 것은 과한 해석은 아닐 것입니다. 

저자인 맷 칸데이아스 (Matt Candeias)는 생태학 박사로 이번에 읽은 책과 동명(同名)인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라고 합니다.


#식물을위한변론 #맷칸데이아스 #조은영 #타인의사유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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