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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1975).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언론인이자 철학자입니다. 보통 한나 아렌트하면 아이히만 재판을 다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김선욱 譯, 한길사, 원제 : Eichmann in Jerusalem: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저서에서 제시한 ‘악의 평범성 (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진 언론인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정치적 인간을 강조한 철학자로 서양 철학사에 큰 획을 그은 분이기도 합니다. 

한나 아렌트를 “인간의 조건 (이진우 譯, 한길사, 원제 :  The Human Condition)”,  “공화국의 위기 (김선욱 譯, 한길사, 원제 : Crises of the Republic: Lying in Politics, Civil Disobedience, On Violence, and Thoughts on Politics and Revolution)”, “전체주의의 기원 (박미애, 이진우 共譯, 한길사, 원제 :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전 2권)” 등과 같은 저서를 통해 만나오기는 했지만 그녀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책은 이번에 읽은 “한나 아렌트 평전 (사만다 로즈 힐 著, 전혜란 譯, 김만권 監, 혜다, 원제 : Hannah Arendt)”이 처음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출신으로 그녀 스스로가 강제 수용소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나는 이러한 강제수용소 생활을 자세히 이야기하거나 출판물을 통해 풀어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저서에서 일부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저작은 “우리는 난민 (We Refugees, 1943)”이라는 에세이라고 합니다. 
이 에세이서 한나가 밝히기를 집단 자살을 제안 받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정부를 자극하기 위한 일종의 시위로서 집단 자살을 의미하는데 이를 평가하는 한나의 말에서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한나는 낙관과 절망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으로 생각했고, 이는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를 바라보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평가합니다. 여기에서 한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바로 정치적, 사회적 커뮤니티에서 무분별한 낙관이나 희망이 사회적 유대감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망가뜨리는지까지 사유합니다. 희망은 행동을 가로막고, 낙관은 세상을 똑바로 보는 것을 막아서면서 공적 삶과 사적 삶의 구분을 없애고 인류애마저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결국 한나는 이러한 집단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이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한나는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가볍게 결론을 내렸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저자는 결코 가벼운 결론이 아님에도 가볍다고 표현한 것은 그것이 개인의 책임이기 때문이라 해설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저작들을 중심으로 그녀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구성된 평전 (評傳) 입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방식의 구성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저작이 매우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시작이 쉽지 않은데 주요 저작들의 핵심 사상과 그 사상이 나오게 된 배경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이고 있어 한나 아렌트의 사상과 정치철학, 정치이론에 대한 입문서로도 매우 훌륭한 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 이 책에 소개된 한나 아렌트의 저작 중 일부는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저작들도 있습니다. 





#한나아렌트평전 #사만다로즈힐 #전혜란 #김만권 #혜다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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