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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자의 생명사 (이나가키 히데히로 著, 박유미 譯, 장수철 監, 더숲, 원제 : 敗者の生命史38億年)”을 읽었습니다.


저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 (稲垣 栄洋, 1968~)는 일본의 식물학자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름이 잘알려진 대중 과학 저술가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저작 중 상당수가 우리나라에도 번역 소개되어 있는데 “전략가, 잡초 (김소영 譯, 김진옥 監, 더숲, 원제 : 雜草に學ぶ「ルデラル」な生き方)”, “싸우는 식물 (김선숙 譯, 더숲, 원제 : たたかう植物 : 仁義なき生存戦略)”,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서수지 譯, 사람과나무사이, 원제 : 世界史を大きく動かした植物)”, “식물학 수업 (장은정 譯, 키라북스 원제 : 「雑草」という戦略 : 豫測不能な時代をどう生き抜くか)” 등이 대표적입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는 멸종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패자의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것이었더군요. 당대에는 패자와 약자의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덕분에 오히려 38억년의 생명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승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탐구의 결과가 바로 이 책이더군요. 

강자나 승자를 상대로 이길 수 없는 패자였기에 먹혀서 살아남고, 공생하여 살아남은 생물들. 무리를 짓고 역할을 나눠 다세포로 진화를 이뤄내고, 맹독이었던 산소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낸 생물들. 생명의 바다에서 쫓겨나 척박한 육지로 밀려났지만 기어코 그 곳에서도 번성하는 방법을 찾아낸 생물들. 경쟁을 피해 하늘을 날아다는 법을 터득한 생물들.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패자(敗者)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익숙한 환경에서 쫓겨납니다. 수많은 세대가 탄생하고 생존경쟁에서 탈락한 개체들도 많았지만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결국에는 생존에 성공합니다.  

진화는 진보나 발전이 아닙니다. 단지 지금의 환경에 걸맞게 ‘생존’한 것입니다. 38억년의 생명사는 바로 이것을 보여줍니다. 지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진화의 최종 결과물이며 환경에 최적화되어 살아남은 존재라는 것을. 결코 낙오자나 하등생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리고 38억년의 생명사를 이끈 주인공은 당시 생태계를 지배하던 당대의 ‘승자’가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내던 ‘패자’였음을, 그리고 살아남았기에 진화와 생명의 릴레이를 계속 해왔고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 그리고 생존경쟁에서 패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추동한 힘은 다름 아닌 다양성이었음을 많은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증명합니다. 

저자는 현재 지구의 지배종인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을 걱정합니다. 인류가 멸종하더라도 지구는 아무렇지 않을 것입니다. 지구 생태계는 또다른 지배종을 탄생시킬 것이고, 그렇게 번성할 것입니다. 단지 그 자리에 우리가 없을 뿐.


#패자의생명사, #이나가키히데히로, #박유미, #장수철, #더숲, #생명과학, #쉽게읽는과학, #문화충전200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주관하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필자의 주관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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