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가족과 외식을 하려 식당에 갔습니다. 음식을 주문합니다. 참 맛있어 보이네요.
마침 배도 고픈 참에 음식을 집어듭니다.
아. 아이가 눈총을 주네요.
아마도 음식 사진을 안찍었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집어 들던 음식을 내려놓고 최대한 원상태로 복구합니다.
그제서야 아이는 표정을 풀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립니다.
그런 다음 식사를 시작합니다.
자주 겪는 일입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모두 ‘프로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에서 노출하는 우리의 모습은 실재의 모습과 얼마나 닮았을까요? 아무리 실재의 ‘나’와 유사한 한 컷을 소셜미디어에 노출한다 하더라도, 그곳에 노출된 삶 속의 ‘나’는 삶의 연속선 상에 존재하는 ‘나’가 아니기 때문에 ‘단면’일수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실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이 보아주었으면 하는 모습으로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실재의 ‘나’보다 프로필의 ‘나’를 더욱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프로필 사회 (한스 게오로크 묄러, 폴 J. 담브로시오 共著, 김한슬기 譯, 생각이음, 원제 : You and Your Profile: Identity After Authenticity )”를 읽었습니다. 동양 철학을 공부한 두 서양철학자가 쓴 현대인의 프로필성에 대한 책입니다.
기존 매체에서 많은 사람들은 사회현상 혹은 정체성의 표현형식이 되어버린 소설미디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듯 합니다. 아마도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큰 혼란이 온다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 핵심에는 정체성에 ‘진정성 (Authenticity)’이 없다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이 책, “프로필 사회”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대한 기존 매체에서의 부정적 관점과 다르게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살펴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들은 소설미디어에 연출된 모습을 노출함과 동시에 소셜미디어에 노출된 타인을 관찰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새로운 형태의 정체성으로 규정하고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정체성의 변화를 ‘프로필성(profilicity)’으로 개념화하고 있는데, 프로필성이란 프로필에 기반한 정체성 (Profile-based identity )을 의미합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프로필성이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탐구하고 설명합니다. 이미 프로필성은 개인의 차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기업, 사회, 국가까지 이러한 프로필성을 이용하지요.
이 책의 흥미로운 또 하나의 지점은 두 저자 모두 서구권 태생이지만 동양철학을 공부하였으며 중국, 마카오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동양 철학의 개념들이 책 곳곳에 진하게 베어나옵니다.
#프로필사회, #한스게오르크묄러, #폴J담브로시오, #김한슬기, 생각이음,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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