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著, 성소희 譯, 레인보우퍼블릭북스, 원제 : Pied piper)”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네빌 슈트 (Nevil Shute Norway, 1899~1960)로 항공엔지니어 출신의 영국계 호주인 소설가입니다. 디스토피아를 다룬 SF소설 “해변에서 (정탄 譯, 황금가지, 원제 : On the Beach)”라는 작품을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이지요. 하지만 그의 작가로서의 명성과는 별개로 우리나라에는 “해변에서” 이외의 다른 소설들은 소개되지 않아 다소 갈증이 있었는데 최근 레인보우퍼블릭북스에서 대표작 중 하나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정유선 譯, 원제 : A Town Like Alice, 전 2권)”을 출간한데 이어 다시 “파이드 파이퍼”를 출간함으로써 그의 작품 세계를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이드 파이퍼”는 얼마 전 읽은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처럼 제2차 세계대전 중 고난을 겪은 주인공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이 일종의 러브스토리였다면 “파이드 파이퍼”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라는 차이도 있습니다.
바로 하워드씨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은 나치 독일로부터 끊임없는 공습을 받고 있습니다. 그 날도 나치로부터의 공습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공습이 계속되는 한 밖으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대피소로 가기에도 늦었고 사교 클럽의 대피소에 들어가기는 싫습니다. 하워드씨는 마침 동석한 신사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됩니다. 바로 영웅의 이야기를 말이지요.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일흔 줄의 하워드씨는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독일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것입니다. 슬픔에 빠져 있던 그는 낚시 휴가를 계획합니다. 프랑스 쥐라산에서의 낚시를 말이지요.
휴가지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그렇게 상처를 치유하는 사이, 전황은 급변하게 됩니다. 벨기에의 왕, 레오폴드 3세가 나치에게 항복을 하였으며, 연합군이 덩케르트 해안에서 철수 작전을 감행합니다. 이제 전쟁이 가장 격렬해질 곳은 바로 영국.
하워드씨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시민들과 함께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국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합니다. 마침 영국으로 같이 돌아갈 아이들도 맡게 됩니다.
독일의 진군이 사람들의 예상보다 너무 빠릅니다.
애상했던 귀국길은 모두 막히게 되고,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모를 잃은 소년, 증오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공격받던 아이들까지 하워드씨는 아이들을 더 맡게 됩니다. 그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하워드씨는 무사히 영국에 도착할 수 있었을까요?
네빌 슈트의 작품의 특징은 모호한 부분 없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와 함께 감정 과잉이 없는 문체로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마치 인생의 황혼녘에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나이 든 이야기꾼처럼 담담한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이야기 속에 긴장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억지로 긴장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가진 긴장감이 독자를 빠져들게 만듭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독일 점령지를 빠져나가려 하는데 독일군이나 비밀경찰들이 당장이라도 신분증을 요구할 지 모르는 상황 같은 이야기들이 반복되어 독자는 다음 페이지를 하릴없이 넘겨 볼 수밖에 없습니다. 긴장감에 지쳐버릴 수도 있지만 담담한 저자의 문체 덕분에 쉽게 페이지를 넘겨볼 수 있죠.
네빌 슈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 아직 네빌 슈트의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독서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으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파이드파이퍼, #네빌슈트, #성소희, #레인보우퍼블릭북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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