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짐 알칼릴리 著, 김성훈 譯, 윌북, 원제 : The World According to Physics )”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짐 알칼릴리 (Jim Al-Khalili, 1962~). “물리학 패러독스 (장종훈 譯, 인피니티북스, 원제 : Paradox: The Nine Greatest Enigmas in Physics)”, “생명, 경계에 서다 (짐 알칼릴리, 존조 맥패든 共著, 김정은, 글항아리사이언스, 원제 : Life on the Edge: The Coming of Age of Quantum Biology)”를 통해 만나 본 적 있는 저자입니다. 영미권의 많은 과학 커뮤니케이터 중에서도 과학을 쉽게 전달하기로 정평이 있는 분이기도 하고 그 스스로가 수준 높은 이론물리학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서문에서 이 책을, 자신이 물리학에 바치는 송시(頌詩)라고 고백합니다. 물리학을 자연이 인간에게 낸 퍼즐을 풀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던 10대 시절, 그는 그렇게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우주의 한계, 시간의 상대성, 양자역학 등 물리학은 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미국 시트콤 ‘빅뱅이론’에서 묘사하듯 물리학자들을 괴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들도 다른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사람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과거에 비해 물리학은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힉스장의 존재도 확인했고, 우주배경복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지요.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주의 기원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블랙홀을 실제로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의 물리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현대 물리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선대 과학자들이 만들어놓은 이론의 확인에 불과한 교착 상태가 아닐까 저자는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뉴턴이, 아인슈타인이 그랬듯이 거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가 다음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면서요.
과학적 지식은 절대적 진리가 아닙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목놓아 이야기하는 사실들이지요, 단지 이론과 실험, 관측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검증을 거치고, 그 검증에 살아남은 신뢰성 높은 가설들입니다. 그러므로 과학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신뢰의 대상이라고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에서, 짐 알칼릴리는 현대 물리학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개념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어떤 이야기는 철학적이며 원론적일 수도 있고, 어떤 이야기는 구체적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떤 이야기는 믿어지지 않는 허황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무한한 호기심과 사랑이 가득 담긴 이 글은 이 세상을, 자연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그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 어떤 생각과 방법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우리는 무지 속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 밝혀진 사실들은 광대한 ‘무지의 바다’ 위에 떠 있는 한 줌의 섬에 불과합니다. 바다 속 깊은 곳에서 퍼온 앎의 토양들로 섬을 넓혀왔지만 퍼온 앎의 양보다 그 앎에 의해 우리가 모르고 있는 무지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앎이 많아질수록 무지는 훨씬 더 많아집니다. 아마도 과학은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무지를 자각하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책을 읽다 보면 그 책으로 인해 다른 책들을 더 찾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 책, 참 아름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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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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