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상상력 (김병권 著, 이상북스)”을 읽었습니다.
저자인 김병권은 우리 사회를 진보적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연구하는 사단법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고 현재 정의당의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인 분입니다.
우리는 정치 성향을 분류할 때 ‘진보’와 ‘보수’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명확하지 않고 대략적이며 시대 정신에 따라 그 경계가 움직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군부 독재 종식, 민주화, 인권 등 진보적 의제가 비교적 명확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IMF를 거치고 신자유주의라는 쓰나미가 훑고 지나간 현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보적 의제가 실종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진보적 대안의 청사진은 더 이상 없는 것일까요?
저자는 항공사진처럼 명확한 진보적 대안 혹은 미래사회로 가는 청사진과 지도를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고대인이 별을 보고 그 위치의 상대성을 통해 의미를 찾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방향을 알았듯 ‘대안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들면서 이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보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흐름들은 결코 ‘진보’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플랫폼, 제4차산업혁명 등 기술중심주의 혹은 기술지상주의적 흐름은 오히려 지금 우리의 삶을 만들어낸 신자유주의와 비교해서도 더욱 파괴적이며 거대한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과거 성장지상주의를 대체하는 기술지상주의를 경계하며 이러한 흐름들을 적절하게 제어하고 통제할 제도 개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고 이에 진보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이미 우리는 플랫폼 경제로 대변되는 미래적 흐름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N잡, 긱스이코노미 등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되었지만 더욱 많은 노동 시간과 더 적은 수입, 그리고 불안한 고용 환경 등 단점과 폐해의 일단을 목격하고도 있습니다.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겨 쓸려 내려갈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하고 행동함으로써 한 걸음씩 그 흐름을 거슬러 제어할 수 있는 힘을 낼 것인지는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 해야만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면 이 책, “진보의 상상력”을 통해 힌트를 얻었으면 합니다. 대안은 언제나 우리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대안이 아니라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눈과 의지, 그리고 행동일 것입니다.
#진보의상상력, #김병권, #이상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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