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에마뉘엘 토드 著, 김종완, 김화영 共譯, 피플사이언스, 원제 : 第三次世界大戦はもう始まっている)”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에마뉘엘 토드(Emmanuel Todd)는 파리 국립인구학연구소 (INED)에 재직 중인 정치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입니다. 특히 에마뉘엘 토드는 1976년에 유아사망률 추이 등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소련의 붕괴를 예측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뿐 아니라 미국발 금융 위기, 극우주의자들의 득세 등을 예측하기도 하여 사회과학계의 예언자라 불리우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처음 주장할 당시에는 그의 주장은 허황되거나 과장되었다고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샤를리 엡도 총격 테러 사건 이후 시민 행진 등 연대 흐름에 대해 프랑스 사회의 인종주의적인 흐름이라 비판한 사건 역시 그의 성향을 드러낸다 볼 수 있습니다.
이 책,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22년 7월 일본에서 출간한 책으로 일반적으로 언론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주류 의견이 결코 아닙니다. 어떤 주장들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어떤 주장은 과장되거나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왜곡된 사실을 기반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책에서 주장하는 그의 주장은 취사선택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은 미국과 NATO에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러시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NATO가 이를 무시한 것이 원인이라 보고 있는 것입니다. 분명 NATO에 구 동구권 국가들이 다수 가입하면서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동진 정책은 현실화되었고 러시아 관점에서는 이것은 분명한 위협이었을 것입니다. 원인 제공은 분명 미국과 NATO에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독립국의 외교 정책을 침략 전쟁으로 응수한 러시아의 책임이 더 크다 할 수 있습니다. 분명 미국과 NATO에도 일정 수준의 책임은 있겠지만 책임의 크기를 비교하면 러시아의 책임이 훨씬 클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NATO에 책임을 미루는 것은 진실에 부합하지도 않은 서술입니다.
NATO, 즉 북대서양조약기구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가 누구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 동맹인지를 살펴보면 러시아의 두려움도 쉽게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푸틴 역시 NATO에 가입하려 시도했던 적이 있고, NATO가 러시아에 대해 잠재적 위협일 지 언정 실재적 위협일까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이 사활 문제에 해당하다고 보는 저자의 관점에는 동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치를 지니는 점 중 하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올 영향에 대한 전망이 매우 날카롭기 때문입니다. COVID-19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대규모 양적 완화를 진행하였고, 어느 정도 팬데믹 국면이 진정되면서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러시아 경제 제재의 강화는 바로 부메랑이 되어 유럽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 되돌아 올 것이라 전망하는 저자의 식견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는 쉽게 버틸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이러한 경제적 소모전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못하지만, 유럽 각 국은 그에 비해서도 더 취약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경제적 후폭풍이 이어지게 되면 유럽 내 정치 지형 역시 극우주의에 급속하게 기울게 될 지 모른다 저자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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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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