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위화 著, 문현선 譯, 푸른숲, 원제 : 文城)”을 읽었습니다.
위화 (余华). 모옌(莫言)이나 옌롄커 (阎连科)와 더불어 중국 현대 문학을 이끌고 있는 거장 중 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위화의 저서들이 상당수 번역 출간되어 있는데 이번에 읽은 “원청”은 작년에 출간된 최신작으로 “제 7일 (문현선 譯, 푸른숲, 원제 : 第七天 )”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입니다.
‘여기가 원청 (文城)입니까?’
눈을 가늘게 뜬 채 아기를 안고 마을에 들어온 그 사람은 강한 북쪽 말씨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재난을 겪은 사람의 절망스러움이 아니라 흐뭇함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원청이라는 마을을 찾아다니는 린샹푸. 그는 딸을 낳고 사라진 아내의 고향을 찾아 먼 남쪽까지 왔지만 원청이라는 마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나 같이 원청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아내의 말투와 똑 같은 말투를 쓰는 뱃사공을 만납니다.
‘원청으로 갑시다.’
뱃사공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을 보고 이 사람 역시 원청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린샹푸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린샹푸는 원청을 찾았다는 희망에 부풀어있습니다.
‘고향이 어디요?’
‘시진입니다.’
‘그럼 시진으로 갑시다.’
한 사람의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한 사람이 겪는 시대는 그 사람만의 시대가 아닙니다. 위화는 “허삼관 매혈기”에서 그러했듯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시대를 보여주는 문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말(淸末) 혼란기, 시대는 군벌과 토비로 들끓게 했습니다. 새가 높은 하늘에서 바라보듯이 본다면 이 시대의 군벌과 토비들이 중국을 차지하기 위해 천하를 다툰 장대한 쟁패의 역사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땅을 딛고 살아가는 민초들에게는 수없는 전쟁과 굶주림만 남은 고통과 혼란의 시기입니다.
이 뿐 아닙니다. 납치, 고문, 약탈.
위화는 이 시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래서 잔인함도, 고통도, 삶이 그러하듯 날 것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시대일 망정 땅과 마을을 지키며 민초들은 살아갑니다.
위화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고통스러운 시대일까요, 그러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억척스레 살아간 민초들의 생명력일까요? 아니, 긴 시간을 지나서도 만나지 못한 로맨스를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요? 많은 생각이 남는 독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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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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