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들의 역사 (송현수 著, MID)”를 읽었습니다. “커피 얼룩의 비밀”,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과 같이 그 어렵다는 유체역학을 일상의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면서, 유체 역학을 대중에게 알려온 송현수 박사의 신작입니다.
이 책, “흐르는 것들의 역사”는 전작과는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전작들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현상을 통해 유체역학 자체를 이야기했다면, 이번에 읽은 “흐르는 것들의 역사”는 인류사의 여러 장면들에서 만날 수 있는 유체역학적 모멘트들을 설명하면는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판타 레이 (민태기 著, 사이언스북스)”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판타 레이”가 좀더 인문, 문화, 정치, 경제적 관점에서 유체 역학의 탄생과 발전을 이야기했다면, “흐르는 것들의 역사”는 보다 구체적인 사건, 사물에 집중하는 서술 구조를 보이고 있어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인류는 유체 역학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을 시절부터 유체를 다루어왔습니다. 라이트 형제는 동력 비행기를 만들어냈고, 로마 제국은 수도교를 만들어냈듯이 그것도 꽤나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에는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를 하나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당밀 홍수를 다룬 아티클입니다.
굉음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끈적한 물체가 도로를 점령합니다. 이 물체는 무시무시한 파도가 되어 빠른 속도로 사람과 말, 그리고 건물들을 덮칩니다. 기차는 탈선하고, 마차는 바닥에 달라붙어 꼼짝할 수 없습니다. 건물은 마치 장난감처럼 무너져 버립니다. 거리의 모든 것들은 마치 늪에라도 빠진 양 한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끈적끈적한 물체는 바로 ‘당밀’이었습니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당밀은 바로 설탕을 만들기 전 단계의 원료입니다. 당밀은 상당히 끈적거리는데 이를 점성이라고 합니다. 이 점성을 가진 당밀은 인류 역사에 주인공을 등장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1919년 보스턴에서 주역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보스턴 시가지에 거대한 원통형 탱크가 있었습니다. 이 탱크에는 무려 12,000톤의 당밀이 보관되어 있었지요. 1919년 1월 15일 점심 무렵, 당밀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이 탱크가 터져버렸습니다. 당밀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고, 12,000톤의 당밀은 높이 8m의 파도가 되어 시속 56km의 속도로 거리를 덮쳤습니다. 당밀은 물보다 무겁기에 충격량은 바닷물로 이루어진 파도보다 훨씬 강했을 뿐만 아니라 당밀 해일이 끝난 이후에도 재앙이 되었습니다. 1월의 추운 날씨에 당밀이 굳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열역학에 대한 이해 없이 증기기관을 만들어냈듯 우리는 과학을 모르거나 잘 알지 못한 시절에도 과학적 원리를 활용하여 기술을 발전시켜온 역사가 있습니다. 그 역사를 하나 하나 새롭게 알아가는 일들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송현수 박사의 “흐르는 것들의 역사”는 그런 재미를 하나 하나 일깨워주는 독서 경험을 안겨주는 책으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흐르는것들의역사 #MID #송현수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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