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著, 강민경 譯, 알레, 원제 : Im Wald vor lauter Baumen: Unsere komplexe Welt besser verstehen )”를 읽었습니다. 언뜻 제목만 보면 생태학이나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는데 복잡계 과학을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국내판은 복잡계 과학을 연구하는 성균관대 김범준 교수의 추천사가 눈에 띕니다.
복잡계 과학이란 자연이나 사회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으로 인한 집단적 성질로서 다체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복잡계 과학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연결망, 조화, 임계성, 티핑 포인트, 집단행동, 협력이라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너무 생소한 이야기라 당황스럽지만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례를 통해 설명을 이어나갑니다. 바로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금융 위기입니다. 사건의 경과는 잘 알고 있지만 이 금융 위기의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것을 포착하지 못했는지 알지 못하고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합니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현실을 모델링하기에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생태학적 연결망의 견고성을 시스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생태학적 연결망은 종의 다양성이 역동적이면서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변화하는 조건에 빠르게 적용할 뿐 아니라 심각하게 훼손된다 하더라도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시스템이기 때문이 이를 연구하고 사회적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생태계는 다중안정성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생태계의 다중안정성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생물종은 상호 작용을 통해 긍정적인, 그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연결망을 강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태계의 강력한 연결망과 자기복원력의 균형 상태가 깨어져도 복원할 수 있는 힘이 있는데 그 힘을 넘어서는 순간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힘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순간을 바로 티핑 포인트라고 합니다. 티핑 포인트는 비가역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티핑 포인트를 지나고 나면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 균형 상태를 만들게되는 도약적인 사건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력현상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해 그렇게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것 역시 이미 탄소 농도가 이러한 티핑포인트를 넘어서지 않았을까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즉 지구 대기와 생태계가 그 이전의 균형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디르크 브로크만 (Dirk Brockmann)은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생물학 연구소와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RKI)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복잡계 연구자로 특히 전염병 모델링 전문가라 합니다. 책의 삽화가 손으로 그린 스케치 형태인데 독특하면서도 눈에 잘 들어오네요. 복잡계 과학이 어떤 학문인지, 그리고 실제로 우리 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기후 위기와 팬데믹 시대를 맞이하여 복잡계 과학을 왜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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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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