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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서양이라 일컬어지는 유럽이나 미국이 동양이나 이슬람 문명을 앞지르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많은 책들에서 그 시기와 원인에 대한 많은 진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해금 (김석균 著, 예미)”은 바다를 축으로 이를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동서양의 부의 역전과 서양이 동양을 지배한 근대사적 현상과 현대사를 주도하는 현실에 대한 답을 근세 유럽인들의 해양 개척의 결과물 혹은 파생물에서 찾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양을 개해(開海)의 역사로, 동양을 해금(海禁)의 역사로 정의하면서, 이 ‘해금’이 동양과 서양의 근대사, 그리고 이어지는 현대사까지 결정지은 요인이라 보고 있습니다. 

특히 서양이 무역로를 개척하기 위해 해양을 선택한 것은 무역 등 경제적인 결과만을 가져온 것이 아닙니다. 신항로 개척과 식민지 경영은 군사, 정치, 과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고 사회의 모든 영역이 동원되고 발전할 수 있는 전 국가적인, 그리고 유럽 전체가 동원된 국제적 프로젝트일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평가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아편 전쟁’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자유무역을 바라는 개해 세력과 해금 세력이 맞붙어 개해 세력이 주도권을 확보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국은 면직물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민지였던 미국이 독립하면서 영국 면직물 산업이 위기에 처하게 되자 자유무역으로 정책을 변경하고 외국에 대해 통상 요구를 하게 됩니다. 이때 청나라는 제한적으로 무역을 허용하고 있었는데 면직물 업자를 비롯한 영국 자본가들은 국가 권력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자유 무역을 명분으로 청나라 정부를 압박하게 됩니다. 하지만 청나라는 자유 통상을 거부하고 아편 거래를 금지하게 되면서 영국 정부는 청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결국 청나라는 홍콩을 영국에 할양하고, 5개 항구를 개항하는 등의 난징 조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화사상에 젖어 있던 중국이 소위 양이(洋夷), 즉 서양오랑캐에 패배한 이 사건으로 인해 수백년간 이어져 오던 해금(海禁) 정책은 강제로 폐지되게 되고, 문호 역시 강제로 개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사한 과정을 거쳐 개항한 일본의 사례입니다. 페리 제독에 의해 강제적으로 개항했지만 서구의 과학기술과 정책들을 도입하고,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빠른 시간에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바다를 축으로 서양과 동양의 격차가 발생하고, 근대사와 현대사가 서양 문명이 헤게모니를 가지게 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이 책은 흥미로운 관점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지게 된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해금 #김석균 #한국해양전략연구소총서 #예미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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