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호흡합니다. 바로 대기권을 꽉 채우고 있는 공기 덕분이지요. 한때 공기 오염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언제나 뿌연 스모그에 텁텁한 느낌. 하지만 자동차 배기 가스 규제 등 개선을 위한 노력을 통해 공기 오염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탄소 문제를 제외하면 말이지요.
그러다 책 한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공기 전쟁 (베스 가디너 著, 성원 譯, 해나무, 원제 : Choked: Life and Breath in the Age of Air Pollution )”입니다. 영국 ‘가디언’지가 ‘2019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고, 미국과학작가협회에서 수상하는 ‘Science in Society Book Award’ 숏리스트에 오르기도 할 만큼 인정받은 책이라고 하니 저자가 책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전 세계에 드리운 대기오염의 절박한 현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 잠시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지금 인류 앞에 탄소 문제를 제외한 대기 오염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의 숫자는 엄청납니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에 의한 조기 사망자는 영국만 해도 4만 명에 이르고, 이를 유럽으로 넓혀보면 50만 명에 달합니다. 중국과 인도는 150만 명 이상이나 되지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 책에 언급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수치는 통계 모델링을 통해 도출된 숫자이긴 합니다. 중요한 것은 담배나 알코올, 과체중 뿐 아니라 현대인의 삶을 단축시키는 요인 중 대기오염은 아직도 높은 순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최근의 대기 오염의 양상은 과거와도 다릅니다. 단지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을 일으키는 문제를 넘어서 기후 변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지요. 해수면 상승인 금세기 내에 1미터가 올라갈지, 2미터가 올라갈지 디테일한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가 중요합니다.
분명 지금,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이 공기는 몇 십 년 전의 공기보다 훨씬 깨끗한 공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자본과 정권은 언제나 보다 쉬운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하지만 좀더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언제라도 이 공기는 또다시 독극물로 오염되어 더러워질 수 있습니다. 이제 공기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바로 탄소 배출량입니다. 탄소위기에서 비롯한 기후 변화는 실존적 위기입니다. 탄소와의 전쟁은 앞서 성과를 이룬 전쟁보다 좀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과거의 조치보다 보다 극적이고 보다 급진적인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대중은 불편을 강요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쉽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공기, 이 자연, 이 생태계는 우리 만의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후손들에게 우리가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지요.
#공기전쟁 #베스가디너 #성원 #해나무 #컬처블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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