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흥미로운 뉴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꿀벌 집단 실종 사건입니다. 전국적으로 관찰된 이 사건은 군집 붕괴 현상의 하나로 여러 원인이 지목되었는데 기후 변화와 과도한 농약 사용이 유력한 원인으로 파악되기도 했습니다. 꿀벌의 군집 붕괴 현상은 농산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2006년 미국에서 벌어진 꿀벌 군집 붕괴 현상으로 인해 밀과 콩,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꿀벌은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일 뿐 아니라 인간이 영위하는 산업의 한 축을 지탱하기도 하는데, 농작물의 1/3이 곤충의 수분에 의지하고 있고, 그 80%는 꿀벌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꿀벌이 사라진 후의 세계는 그야 말로 암울하기만 합니다.
“인섹타겟돈 (올리버 밀먼 著, 황선영 譯, 블랙피쉬, 원제 : The Insect Crisis: The Fall of the Tiny Empires That Run the World )”에서 알려주는 현실은 더욱 두렵습니다.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하나의 사례를 볼까요?
‘지난 27년 동안 동물보호구역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의 총 생물량(biomass)이 75%이상 감소했다’라는 연구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독일의 자연보호구역 63개소에 서식하는 곤충의 개체군을 장기간 연구했는데 1989년 이후 관찰된 곤충의 연간 무게가 무려 76%나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심지어 여름철에는 82%나 감소했다는 충격적인 사실 역시 밝혀 냈습니다.
무려 ‘보호구역’에서 조차 이렇게나 많은 곤충들이 사라지고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상상 조차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언론에서는 곤충의 멸종이 이미 시작되었다며 ‘생태학적 아마겟돈’이라 일컬으며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보다 차분한 어조로 중요한 사실을 일깨웁니다. 총 생물량의 감소도 중요한 경고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종’의 감소임을 말이지요. 총 생물량의 감소는 회복이 가능하지만, ‘종’의 감소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선 논문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종의 멸종은 생태계라는 거대한 천을 이루는 실이 하나 둘 씩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곤충을 일반적으로 방제의 대상으로 봅니다. 앞서 이야기한 꿀벌이나 나비가 아닌, 모기와 파리 등을 생각해보면 쉽게 공감할 것입니다. 이렇듯 보통의 우리는 곤충을 공존해야 할 생태계의 일원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곤충은 동물종의 70%가 넘는 80만 종에 달하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지구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일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곤충이 소리 없이 멸종하고 있습니다. 당장에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우리 주변을 날아다는 곤충의 수는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생태계는 붕괴하고 있을테니까요.
#인섹타겟돈 #올리버밀먼 #황선영 #블랙피쉬 #리뷰어스클럽 #생태환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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