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은 어떠한가,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인간은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인간에게 자유란 무엇인가, 인간이 가진 욕구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생물학적으로는 사람아족(Hominina)에 속하는 모든 종을 일컫는 표현은 인류라고 하는데, 이 인류라는 종은 영장목에 속하는 유일한 사람종 (Homo sapiens)으로 사회학적으로 일컫을 때 인간이라 표현합니다.
인간에 대한 명백한 정의가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좀더 들어가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인간을 정의하는 여러 요소 중 생물학적 정의를 제외한다면 인간에 대한 정의는 상당히 모호해집니다.
예를 들어 감정, 욕구, 인지 능력을 통해 자아를 가지며 독립적인 의지와 판단 능력을 가진 존재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를 창조하고 이를 통해 지식과 가치관을 전달하는 존재라 볼 수도 있겠지요. 사회적 동물로, 집단과 조직 안에서 상호작용하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적 구조와 제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존재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존재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그에 속한 생물학적 범주를 벗어버린다면 모호하면서도 일반적인 정의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정의를 명확하게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 본질에 대한 복잡성을 탐험하는 일은 더더욱 모호해지기 마련이지요.
과학은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모든 것’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학문입니다. 진리를 추구하되 진리를 회의하는 학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학도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는 사실들이 많습니다. 우주의 기원 이전에 무엇이 있는지,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우리의 의식 체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등 말이지요. 인간의 본질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로 인간의 형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냈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그것을 인간이라 부를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것은 인체 더미 (dummy) 혹은 마네킹이라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더미라 불리우던 것이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이제 이것이 인간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적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인간이라 부르지 않는 사람들 역시 많을 것입니다.
정말 인간이란 무엇일까? 위 상황에서 우리는 인간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릴 수 있을까요?
이번에 읽은 “인간의 본질 (로저 스크루턴 著, 노정태 譯, 21세기북스, 원제 : On Human Nature)”은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독자는 저자의 물음과 답변을 따라가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인간의 본질은 철학적 미스터리로 인류 역사 내내 존재해왔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한 고대 철학자, 칸트나 루소 같은 근대 철학자들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현대 철학자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이러한 통사적 의미 탐구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석학들의 고민과 결론을 접함으로써 인간 본질에 대한 철학적 관점에 보다 익숙해질 수 있게 됩니다.
사실 기술 문명이 발달하면서 기술 중심주의 혹은 환원주의적 사고로 경도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명의 많은 부분이 창발적인데 특히 인간의 의식이 더욱 그러합니다. 환원주의적 사고는 이러한 측면에서 창발성에 대해 경시하기 쉽습니다. 인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과학과 본질의 간극을 철학적 질문으로 메꾸는 시도를 합니다.
이 책, “인간의 본질”은 철학이 추구해온 유구한 질문 중 하나에 대한 심오한 여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질문에 훌륭한 통찰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간의본질 #21세기북스 #로저스크루턴 #노정태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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