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마야 뒤센베리 著, 김보은, 이유림 共著, 윤정원 監, 한문화, 원제 : Doing Harm - The Truth About How Bad Medicine and Lazy Science Leave Women Dismissed, Misdiagnosed, and Sick)”나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著, 황가한 譯, 웅진지식하우스, 원제 : Invisible Women - Exposing Data Bias in a World Designed for Men)”과 같은 책을 통해 의료계 내부의 성 편견이나 ‘젠더 데이터 공백’ 등에 대한 개념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직장, 설계, 의료, 공공 생활 뿐 아니라 재난 상황에서도 여성은 성편향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알게 되었죠.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레슬리 컨 著, 황가한 譯, 열린책들, 원제 : Feminist City - A Field Guide)”는 앞에서 언급한 책들과 비슷한 관점에서 도시에서 일상을 영위하는데 나타나는 성 편향성을 지적하면서, 우리 현대 문명이 얼마나 성편향적인지를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흔히들 도시 공간이 성중립적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여성 역시 남성과 같은 편의성을 느끼리라 생각하지요. 하지만 레슬리 컨에 따르면 도시 공간은 여성에게 친화적인 공간이 아니라고 합니다.
도시 공간은 표준 인간을 상정하여 계획되지만 애초의 도시 계획에서 상정하는 표준 인간에는 여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도 주장합니다. 이러한 도시 공간은 철저하게 남성 중심적이며 성적으로 편향된 공간으로 여성들의 행동을 제약한다 이야기합니다.
여성들의 도시 경험은 여전히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상징적 장벽에 가로막히는데, 이는 여성들의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성들은 이러한 장벽을 만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장벽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남성들은 도시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기 때문에 도시의 경제정책, 주택 설계, 학교 부지 선정, 버스 노선 등 다양한 의사결정에 있어 의도하지 않은 성편향성이 나타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도시는 여성의 장벽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고 전통적인 성 역할과 성 편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는 것이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광고 논란이 생각났습니다. 새벽에 혼자 조깅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이 갤럭시 광고에 대해 비현실적이며 여성의 안전 문제를 도외시했다는 비판이었지요. 한국에 살고 있는 남성으로서는 이해 못할 논란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성편향성에 대한 무관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지요.
또한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 중 하나는 도시의 성편향성은 일찍부터 지적되어 왔으며 이러한 성편향성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활동가들이 앞선 시대부터 노력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지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성립하였고 도시 내 여성의 이동방식, 도시 건축과 설계 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저자인 레슬리 컨 (Leslie Kern)은 여성학자이자 지리학자로 젠더 및 인종과 관련한 도시 사회 지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분이라고 합니다. 특히 젠더와 젠트리피케이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책에서 언급한 성편향적인 도시 설계를 개선하기 위해 LA, 뉴욕, 바르셀로나 등 도시 계획, 교통, 주택, 공적 공간, 안전 설계 분야에서 젠더와 형평성 자문 및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관심분야와 관련한 여러 대중 매체 활동 역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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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주관하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필자의 주관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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