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세계사 (조한욱 著, 교유서가)”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조한욱 교수는 서양사를 전공하였으며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로 지내시다 최근 퇴임하신 분입니다. 문화사라는 관점에서 10여년 동안 신문 칼럼을 연재해왔고, 최근 그 칼럼들을 모아서 펴낸 책이 바로 이 “소소한 세계사”입니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치 앨봄 (Mitchell David Albom, 1958~). 미국의 유명 스포츠 전문 기자이자 우리나라에도 그의 저작 중 일부가 번역 소개되기도 한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어느 날 그에게 미시간주립대학을 졸업한 NBA 선수 두 명이 모교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를 관람하겠다는 소식을 그에게 전했습니다. 문제는 기사 마감이었는데 경기는 토요일, 기사 마감은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미치 엘봄은 두 농구선수의 말을 믿고 이를 기사로 씁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두 명의 농구선수는 모교의 경기를 실제로 관람하지 않으면서 오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신문사에서는 미치 엘봄의 모든 칼럼을 조사했습니다. 다른 칼럼에는 오보가 없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렇지만 신문사는 그의 칼럼을 실은 데스크에게 정직이라는 징계를 내렸다고 합니다. ‘오보’에 대한 책임을 물었던 것이죠.
이 칼럼이 인상깊은 이유는 최근 언론이 수익성을 위해 PV 올리기에만 급급하거나, 혹은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오보 혹은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기사들을 양산하는 것을 보면서 언론이 가져야할 사명감을 잃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언론을 가리켜 제 4부 혹은 제 4 권력이라고 일컫는 이유는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권력에 대한 건전한 견제 내지는 심판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미일텐데 스스로 선수가 되어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짐짓 심판인 척 하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는 일반적으로 영웅, 제왕들의 역사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지탱해온 것은 ’소소한’ 사건과 사람들일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조한욱 교수는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소소한’ 역사에 주목합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였던 클래식 음악가 매리언 엔더슨 (Marian Anderson, 1897~1993), 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둔 가수이자 수녀, 자닌 데커스 (Jeanine Deckers, 1933~1985), 쿠데타에 반대하며 투쟁에 동참한 그리스 배우 멜리나 메르쿠리 (Melina Mercouri , 1920~1994) 등 낯선 이름을 가진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이 책에는 등장합니다. 한 아티클이 2페이지 정도로 매우 짧지만 글 하나 하나의 울림이 있습니다. 세계사에 등장한 많은 ‘소소한’ 사건과 인물들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독서가 될 것입니다.
#조한욱, #소소한세계사,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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