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 (이용덕 著, 김지영 譯, 시월이일, 원제 : あなたが私を竹槍で突き殺す前に)”를 읽었습니다.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의 이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 혐오에 휩싸인 지금, 현대 일본의 혐한 문제를 근미래라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정면에서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저자인 이용덕 (李龍德, 1976~)작가는 일본 시마타 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로 2014년부터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근미래 일본. 특별 영주자 제도가 폐지되고, 외국인에 대한 생활보호 역시 명백히 위법이 되었습니다. 재일 한인은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고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 역시 폐지되었으며 일본의 과거 치부도 역사 교과서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재일 한인들이 영위하고 있는 가게들은 연일 이어지는 괴롭힘으로 폐업에 내몰리기 된 시대. 일본 첫 여성 총리가 극우일 줄이야. 어찌되었 건 극우 여성총리는 배외주의자(排外主義者)들의 꿈을 이루어 주었습니다.
혐한(嫌韓)은 재일 한국인이 당하는 문제이며 한일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특히 우리에게 심각하게 다가오는 문제입니다. 피해자와 동일시하기 좋은 조건입니다. 이러한 혐한의 핵심은 소수자에 대한 배척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 혐한이라는 문제, 소수자에 대한 배척과 혐오의 문제를 보다 일반화 해보면 이것은 곧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반일에 페미니스트에 비건에 기지 반대라니, 이야, 최악의 요소는 다 갖췄네, 이 마녀는.’ (363p)
우리가 자주 들어가는 포탈 혹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댓글에서 봄 직한 문장입니다.
혐오와 차별은 지금도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우리 공동체를 끝없이 쪼개 소수자를 만들어내고 그 소수자를 배척하고 혐오하고 있습니다. 최근 젠더 갈등도 그런 범주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고, 인종 차별이나 성소수자 혐오도 마찬가지 범주에 포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수자성의 독특하고 어려운 점은 우리 모두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언제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요.
이 책에서 알리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는 혐한에만 국한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책,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을 읽으면서 너무나 적나라한 묘사에 불편한 마음도 들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내 안의 가해자의 모습과 피해자의 모습을 겹쳐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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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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