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著, 팩토리나인)”을 읽었습니다.
경민선 작가의 작품으로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경민선 작가는 “연옥의 수리공 (마카롱)”에서 만난 적이 있는 작가입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1등만 하던 기영이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
오랜만에 동창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영이 화제에 오르게 되어 문자를 보냈습니다.
답을 줄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죠.
하지만 무색하게도 답신이 왔습니다.
‘한수야, 나 투명인간을 죽였어.’
기발합니다. 그동안의 미안함을 농담으로 풀고자 함일까요?
내친 김에 전화를 걸고, 만나기로 합니다.
그의 집에 방문해서 기영의 농담이 농담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기영은 정말 투명인간을 죽였습니다.
기영과 함께 살인의 증거를 없애고자 야산에 살해된 투명인간을 묻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의 사건들. 그리고 투명인간의 습격.
단순히 초능력을 강조한 작품이었다면 판타지로 분류할 수도 있었을 작품이지만, 이 작품은 마치 현실처럼 치열하며 끈적거립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SF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SF는 과학과 기술을 다루는 것처럼 보여 판타지 작품과 동일하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을 외삽함으로써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면서 객관화하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서 투명인간으로 묘사되는 존재는 너무나 명징한 메타포입니다.
‘나는 코로나 시대 ‘투명인간’ 청소노동자입니다’ (시사저널, 2021.8.3)
‘'캠퍼스 안 투명인간'에서 '노동자'가 되기 위해 싸우기로 했다‘ (경향신문, 2022.8.25)
‘샤워·용변·세탁을 동시에…고객 화장실에선 ‘양치 금지’ (경향신문, 2022.10.13)
위 기사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마치 투명인간처럼 취급합니다. 그리고 도시에, 우리나라에 소외된 계층이 없는 것처럼 굴며 살고 있습니다. 어쩌다 학대를 당한 사람들이 뉴스에 나오면 마치 처음 듣는 양 호들갑을 떨다가 이내 잊혀지고 맙니다.
흥미로운 주제의식과 이를 투명인간이라는 소재에 빗대어 훌륭한 스릴러 장르로 만들어낸 작가의 역량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는실수로투명인간을죽였다 #경민선 #팩토리나인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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