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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원제 :   A Scanner Darkly (1977)

  

 

ㅇ Review



예전에 공상과학이라는 멸칭으로 불리우던 SF는 참 재미있는 장르입니다. 마치 미래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래를 빗대어 현재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장르의 특성상 “외삽外揷”이라는 기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게 SF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줍니다. 외삽이라 함은 과거의 실험에서 도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영역 밖의 값을 추정하는 과학적 예측 기법 혹은 방법론입니다. SF에서는 이런 외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현재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고 현재의 과학 기술이나 체제, 사상, 역사를 보다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방향성을 틀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그러기에 “높은 성의 사내”나 “비명을 찾아서” 같은 대체역사물이 SF의 하위 장르로 인정받습니다.) 만약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이야기라면 차마 하지 못하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라도 논리나 체제를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SF라면 이야기를 충분히 전개할 수 있을 정도의 상전이를 이끌어내어 관점의 새로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SF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현실을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이러한 SF의 장르적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한 작가를 우리는 SF의 그랜드 마스터라 부르며 칭송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클라크 같은 작가들이죠.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거장들이 이 장르에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필립 K. 딕은 이러한 SF의 거장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필립 K. 딕은 미숙아로 태어났으며, 성장해서도 고단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삶 속에서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었고 사후에는 그의 많은 작품들이 영상화되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페이첵”, “마이너리티 리포트”, “높은 성의 사나이” 같은 작품들이 바로 필립 K. 딕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죠. 또한 “트루먼 쇼”, “토이스토리”, “매트릭스” 역시 원작을 필립 K. 딕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작품에서 설정들을 상당 부분 가져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러한 필립 K. 딕의 작품 중 “스캐너 다클리(조호근 譯, 폴라북스)”가 드디어 필립 K. 딕 걸작선13권으로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스캐너 다클리의 모든 것은 내가 실제로 본 것”이라고 인터뷰하였을 만큼 이 작품은 필립 K. 딕의 실제 경험이 진하게 녹여져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소설은 ‘밥 아크터’ 라는 이름을 가진 마약 중독자로 마약 공동체에 위장 잠입하여 D물질을 수사하는 비밀 경찰인 ‘프레드’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점점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되고 D물질에 중독되어 재활 기관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본인의 정체성을 잃게 되어 버립니다. 필립 K. 딕 식의 어둡고 무거운 SF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앞서 이야기한 현실을 극단으로 내몰아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는 SF의 특징이 잘 살아 있어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필립 K. 딕의 걸작 장편 13편(The Philip K. Dick Collection Edited by Jonathan Lethem, Library of America)이 모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는 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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