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머 (마이크 큐리토 著, 조고은 譯, 에프, 원제 : Flamer)”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한 아이가 보이스카웃 캠프에서 겪는 일들, 그리고 그로 인한 자살충동을 다룬 그래픽 노블입니다.
작가는 마이크 큐리토 (Mike Curato)라는 분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노블 작가로는 “플레이머’가 데뷔작인데 이 작품으로 람다문학상과 골든카이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바랍니다.)
‘나’, 에이든 나바로는 다른 남자 아이들과 다릅니다. 더구나 동양계 혼혈인데다 몸매나 외모도 훌륭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자’답지 못합니다. 물론 친구들의 놀림에는 되받아치기도 하지만 마음 안의 상처는 계속 커져갑니다. 캠프 안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비례해서 ‘나’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놀림의 대상으로 삼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느날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다가옵니다. 진정한 친구라 생각했던 펜팔 친구, 바이올렛으로부터 답장은 없고, 마음에 들었던 ‘테드’ 선생님은 게이라는 이유로 해고됩니다. 마음이 서로 맞았던 친구들과 다투면서 서로 상처되는 말을 주고 받습니다. 위로를 받기 위해 집에 전화했지만 엄마와 아빠는 다투는 중이라 목소리도 못들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기로 한 친구, 일라이어스의 볼에 뽀뽀를 해버리는 대실수를 저질러버렸고, 그로 인해 ‘내’ 곁을 떠나버린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감정에 사로잡힌 에이든. 잘못된 선택을 하고야 마는데.
청소년용으로 나온 그래픽 노블이지만, 맞지 않는 옷처럼 무언가 어색한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책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사실 맞는 북쪽은 없어. 전부 네가 가야할 곳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아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일 뿐이야.’
맞습니다. 세상에 맞는 ‘나’는 없습니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고 그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 필요한 것이지, ‘나’를 세상에 끼워맞출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북쪽이 필요한 것은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지, 북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 책에서 작가는 성적 정체성 혼란, 인종차별, 남과 다름에 대한 인정, 청소년 자살 문제 등 정말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삶의 불꽃’이 다 사그러든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깊은 곳에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스스로의 삶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에이든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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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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