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강인욱 著, 21세기북스)”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인생명강 시리즈 중 10번째 책입니다. 인생명강은 서가명강에 이어 21세기북스에서 펴내는 명강의 시리즈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전문가의 강의를 지면과 함께 책에 나온 QR코드를 통해 동영상으로도 함께 들을 수 있는 정말 훌륭한 시리즈입니다.
특히 이 책은 고고학자인 강인욱 교수가 한민족의 기원에 대한 오랜 세월 연구한 성과를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 한민족은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온 민족이지만 폐쇄적인 문화가 절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많은 증거들을 통해 고대부터 다양한 문화권과의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적극적으로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발전해온 문명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평양 석암리에서 발견된 국보 제89호인 금제 띠고리는 낙랑 시대에 만들어진 유물입니다. 금을 작은 구슬로 만들어 하나씩 이어 붙여 용을 형상화한 장식품입니다. 금판에 작은 금구슬로 만든 수공예품인 것이지요. 그런데 이 금제 띠고리와 유사한 유물들이 중국 신광성, 평양, 중국 다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출토됩니다.
사실 이 기술은 흉노에서 유래한 기술로 이는 고대 기술자들이 중국과 한반도 일대로 확산되었다는 증거 중 하나라고 합니다.
한국사 시간에 우리는 옥저와 읍루에 대해 배웁니다. 하지만 보통은 자세히 다루지는 않고 스쳐지나가듯이 한 두 줄로 요약된 지식만 배우지요. 하지만 북방 문화가 전래되는 한반도 북쪽에 존재했던 이 나라들은 우리가 변방으로 치부하여 소외시킬 낮은 가치를 가진 국가들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최근 연구성과에 따르면 북방 지역 여러 집단이나 국가들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청동기 시대 이래로 이곳은 한반도와 유라시아를 잇는 핵심 통로였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금도 이 루트는 유라시아 철도가 이어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발해의 영역을 보면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과도하게 동쪽으로 치우친 영토가 바로 그 느낌의 원인인데요. 그것은 우리가 아직도 중국 중심의 사고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고대 이래로 한반도는 문화나 기술을 중국에서만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유라시아 루트를 통해서도 받아들였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입니다. 그렇기에 발해의 영역이 그렇게 동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도 이해가 가능한 것이지요. 그리고 발해가 건국되고 유지될 수 있는 기반 역시 옥저와 읍루 지역에 살아가던 사람들이 그 기반을 닦아 놓았기에 가능한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보통 고고학하면 인디아나 존스나 라라 크로프트 식의 모험을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고고학은 문자로 기록되지 않은 인류 역사를 규명하는 학문으로 모험이 없더라도 매우 흥미로운 학문입니다. 이 책,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을 통해 우리 민족, 즉 한민족의 흔적을 찾아 연구하는 고고학의 가치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단일민족이라는 신화가 허구일 수 밖에 없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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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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