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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共著, 이수영 譯, 자음과모음, 원제 : Pseudoarbejde: Hvordan vi fik travlt med at lave ingenting)”를 읽었습니다. 


가짜 노동?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제목을 곱씹을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아마도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대인의 노동에 대한 철학적 고찰인가, 아니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인가 등등. 그런데 정말 말 그대로 현대인의 ‘가짜’ 노동과 낭비되는 시간에 대한 비판을 다룬 책이었습니다.

그럼 저자들은 무엇을 가짜 노동이라 정의했을까요? 저자들은 의미가 없고, 가치 있는 결실을 맺지 못하며 일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노동을 가짜 노동이라 정의합니다. 여기에는 고의성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대 뒤에서 조율하고 관리하는 노동 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이 가짜 노동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20세기 이후 급속하게 진행되는 산업화는 무대 뒤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급속하게 증가시켰고, 이는 조직의 관료화를 불러오게 되었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합니다. 과거에는 꼭 필요하였고 합리적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비합리성이 더욱 커져버리고 가짜 노동의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들이 지적하는 가짜 노동의 해악은 단순히 시간이나 자원의 낭비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 본질적 해악을 더욱 경계하고 있습니다. 많은 철학자들이 이야기했듯이 인간의 존재에 있어 노동은 필수적인 것이라는데 누구나 동의합니다. 가짜 노동은 의미 있는 작업 과정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세계에서 소외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짜 노동이 만연할수록 가짜 노동임을 깨닫기 어렵게 됩니다. 소외된 정상성 안에 놓이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가짜 노동은 점차 자기 위에 반영되면서 더욱 많은 가짜 노동을 만들어냅니다. 점차 소외가 규범이 되고 그것이 인간의 본질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가짜 노동을 없앨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많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방법이 아닌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보편적 기본소득입니다. 정말 의외의 해법인 의외의 장소에 등장한 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저자들의 논리 전개를 충실히 따라왔다면 이 해법이 가장 중요한 해법 중 하나라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상당히 과격하기도 하고, 불쾌한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노동 시간에 대해 되짚어 생각해보면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담론은 단순히 감정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중요한 주장을 하고 있어 깊은 생각을 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짜노동 #데니스뇌르마르크 #아네르스포그옌센 #이수영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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