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법보다 인간은 존재로서 권리를 마땅히 누려야 한다는 자연법으로 존재하는 천부인권 사상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그리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제야 보편적 인권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되었지만 근대 이전에는 이러한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이죠. 과거에는 아마도 도덕률과 측은지심이 보편적 인권을 대체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불과 2-300년이라는 시간에 자연권으로 천부인권이 보편적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제 천부인권은 자연권으로서 법률이나 신앙 체계를 초월한 보편적 권리로 인정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지금의 개념에 머무를까요?
자연권의 개념은 최근 몇 년 들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는 어쩌면 인간과 같은, 아니 인간보다 우월한 인지체계를 가진 강인공지능이 출현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권을 인간 만이 독차지할 논리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권을 확장한다면 어디까지 확장이 필요할까요? 그리고 지금 당장 확장해야 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권리 이야기 (윌리엄 F. 슐츠, 수시마 라만 共著, 김학영 譯, 시공사, 원제 : The Coming Good Society: Why New Realities Demand New Rights )”를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권리, 즉 자연권은 ‘좋은 사회’를 구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상징이라 이야기합니다. 구성원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재능을 북돋으며, 구성원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사회가 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권리의 변화는 반드시라 좋을 정도로 저항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들 역시 대다수는 그 변화에 저항하곤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권은 100년 전의 인권과도 다르고, 50년 전의 인권과도 다릅니다. Me too 운동으로 촉발된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발전으로 인해 이제 불과 5-6년 전의 인권과도 다를 것입니다.
그러면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한 자연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는 인권과는 차원이 다른 저항이 예상됩니다. 책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다루고 있습니다. 2003년 세계변호사협회가 주최한 모의 재판에서 컴퓨터의 권리를 다룬 사례와 함께 한국 정부가 작성한 로봇 윤리 헌장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작성한 로봇 윤리 헌장에서 로봇은 손상이나 파괴될 염려가 없이 존재할 권리와 함께 의도적으로 악용되지 않고 존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대 철학을 열어젖혔다 평가받는 데카르트도 동물에는 영혼, 감정도 없는 기계에 불과하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동물 역시 자의식이 있으며, 감정 또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감하고 공감할 줄 아는 동물과 함께 살아감으로써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 외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의 확대는 결국 우리에게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권의 확장은 인권의 축소나 배제가 아니라 삶을 나누며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권리에 대해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이야기합니다. 절대 영원하지도 않다고도 이야기하구요. 시대가 변하면 권리도 변하게 마련입니다. 지금,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권리에 대한 개념 역시 변해야 합니다. 이 책, “세상의 모든 권리 이야기”를 통해 보다 넓은 세상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가져오는데 필요한 자연권 개념의 확장과 관련한 인식 전환에 도움을 받기를 바랍니다.
저자 중 윌리엄 F. 슐츠 (William F. Schulz)는 국제 엠네스티 미국 지부 상임이사로 활동 경력을 가진 인권 정책 전문가이며, 또 한 분의 저자인 수시마 라만 (Sushma Raman)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 카 인권 정책 연구소 상임 이사로 재직 중인 분이라 합니다.
#세상의모든권리이야기, #윌리엄F슈츠, #수시마라만, #김학영, #시공사,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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