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세상이치 (김동희 著, 빚은책들)”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현재 경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동희 교수가 현대과학을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여러 철학적 논제들을 시대순에 따라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지금에야 과학사의 유산 취급을 받고 있지만 당대에는 최신 철학 이론이자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된 내용들입니다.
플라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만물의 이상인 이데아가 있고 현실은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은 일종의 이원론으로 기독교 사상과 결합하면서 근대 이전까지 유럽인들의 정신과 사상을 지배하였습니다. 그가 생각한 만물의 근원이나 우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 한명 고대 그리스 철학자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활동할 당시 모든 학문 분야를 정리하여 통일성 있는 체계를 수립한 지적 괴물이자 위대한 사상가인 그는 의외로 스승의 이데아 사상을 의심하고 경험적 탐구를 오히려 중시했다고 합니다. 이는 현대 과학의 정신이나 방법론에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들은 고래(古來)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을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불은 왜 뜨거운지, 얼음은 왜 차가운지, 새들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물고기들은 어떻게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은 호기심이야말로 인류의 문명을 설명할 수 있는 열쇠말이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맞습니다. 우리는 호기심으로 세상 모든 이치를 궁금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철학과 문학, 과학이 발달하게 되었지요.
뉴턴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의 겸손함을 나타내는 표현이라 일컫기도 하고, 유독 키가 작았던 로버트 후크를 비꼰 표현이란 말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문이 발전하는 구조가 그 표현 안에 숨어있다는 점이지요.
현대 과학의 시작을 알린 인물은 바로 아인슈타인입니다. 과학계의 세 거인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그가 아니었다면 상대성 이론이 나오기까지 수 십년이 더 걸렸을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사고실험만으로 상대성 이론을 정리해낸 그는 분명 천재 과학자이자 과학계의 거인이 틀림없지만 그의 업적이 오로지 그의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깁니다. 뉴턴 역학, 맥스웰 방정식, 마이컬슨-몰리 실험, 로런츠 변환 등 선학의 연구와 실험이 있었기에 그 어깨 위에서 자신의 이론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이죠.
과학 혁명에 의해 패러다임이 바뀐다하더라도, 과거의 헤리티지는 여전히 현재의 과학에 살아남아있습니다. 과학은 진리의 학문이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기에 찰나의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라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과학적 추론방식이 더 중요한 학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을 통해 낡은 지식으로만 보곤 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현대 입자물리학까지의 계보를 일람하는 것은 과학사를 통사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중요한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가지는 또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기 위한 치열하게 노력했던 선철(先哲)들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 보며 사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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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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