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폴 콘티 著, 정지호 譯, 심심, 원제 : Trauma, The Invisible Epidemic - How Trauma Works and How We Can Heal From It )”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폴 콘티 (Paul Conti)는 정신의학을 다루는 의사인데 몇 년 전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정신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그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바로 트라우마 (trauma)의 위험성과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 사건이 있습니다. 저자가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할 무렵, 그의 막냇동생이 권총 자살을 한 것입니다. 선천성 희귀 질환에 걸렸고, 그 질환의 치료과정에 받은 끔찍한 고통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질환과 트라우마로 삶 자체가 바뀌어 버린 것이지요. 또한 동생의 죽음으로 정신 질환과 관련한 집안 내력을 알게 되면서 정신 건강 요소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그 중 트라우마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트라우마 (Trauma). 의학적 용어로 외상(外傷)을 의미하지만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을 뜻하기도 합니다. 과거에 겪은 고통이나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유사한 상황에서 감정적 또는 신체적 고통을 일으키는 병적 증상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놀라울 정도로 이 트라우마가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그로 인해 삶 자체가 바뀌게 되기도 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부정적인 감정이 관찰되며 트라우마를 겪기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한 번의 큰 충격에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알고 있지만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급성 트라우마에 국한된 것이고, 해로운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에도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지속적인 성적 학대, 편견과 인종차별을 감내해야 할 때 등 그것을 억누르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 상황을 견뎌낼 수 없는 뇌는 이를 의식 아래로 가라앉혀 버리지만 결국에는 지속적인 자기 부정, 절망, 불안, 두려움, 부정적 성향, 수치심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트라우마의 유형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타인이 겪은 고통이 자신이 트라우마로 발현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대리 트라우마라 하는데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경험해봤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트라우마의 유형은 다양하며, 이로 인해 나타나는 부정적 현상 역시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가볍게 인식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개인적인 병증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트라우마의 양태는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적 해법이 필요하다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럼으로써 사회 구성원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누그러뜨릴 수 있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트라우마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폴 콘티의 치유로 트라우마로 인한 마비 상태에서 벗어나 살아갈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레이디 가가가 추천 서문에서 언급한 이야기는 폴 콘티가 인간이 가진 문제로 트라우마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안, 무력감, 우울 등 부정적 감정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근본 원인이나 실체를 모른 채 그렇게 안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부정적 감정의 실체는 바로 트라우마로 기인한 것이라 이야기하며 개인적 차원 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해결책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트라우마에 대해 자주 들어봐서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트라우마의 실체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이 책을 읽어가며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트라우마에 대한 많은 사례와 근거를 통해 내 불안, 우울, 무력감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된 독서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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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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