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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드라마 이어즈&이어즈에 등장하는 금융 전문가 스티븐 라이언즈는 금융 붕괴와 그에 따른 뱅크런으로 말미암아 전 재산을 잃습니다. 그래도 가계를 꾸려야 하기에 그는 금융 전문가라는 자존심을 접고 자전거 택배로 연명하며 살아갑니다. 굳이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현실에서도 최근 COVID-19로 인해 많은 자영업자와 근로자들이 자신의 일터를 잃고 쿠X이나 배X에서 긱 워커로 살아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에게 더 이상 플랫폼 노동, 긱 워커라는 말이 더 이상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승자독식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 주체들은 점차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고 지금에 와서는 한 국가의 영향력을 훨씬 넘어서는 강력함마저 갖추어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져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우리를 고용해주고 급여를 줄 얼마 안되는 고용주가 될 플랫폼 기업에게 고용 조건이나 노동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극도로 밀어붙인 사고실험이 여기 있습니다. 바로 이번에 읽은 “웨어하우스 (롭 하트 著, 전행선 譯, 북로드, 원제 : The Warehouse)”입니다.

‘주문한 물품을 한 시간 내에 문 앞으로 배송’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진 거대 유통기업 ‘클라우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고객은 삶의 질이 달라졌고 클라우드가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화장실에도 못 갈 정도로 등급 순위에 얽매여 시간에 쫓기는 근무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그곳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본다면 마치 불이라도 난 것처럼 느낄 정도로 다들 전력질주를 하며 겨우 겨우 컨베이어 벨트에 물건을 가져다 놓을 정도입니다. 

이 책은 SF 스릴러입니다. 심지어 재미까지 대단합니다. 하지만 상상의 영역에서 머물러야 하지만 현실에서 점점 악화되어가는 노동 환경이 떠올라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던 중 쿠X 직원 중 한 분이 또다시 과로사로 돌아가셨습니다. 과연 이 책은 작가의 상상의 영역일 뿐일까요, 아니면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세상을 그려낸 것일까요?


#웨어하우스, #롭하트, #전행선, #북로드,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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