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 (제니퍼 M. 실바 著, 성원 譯, 문예출판사, 원제 : We're Still Here: Pain and Politics in the Heart of America )”은 콜브룩 (가칭) 탄광촌 지역의 노동계급 남성과 여성을 인터뷰하고 연구하면서 이들이 직면한 일상의 과제와 정치적 의제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미국 노동자들의 현실이지만,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정치는 여러 의미로 해석하고 정의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치라는 행위를 본질적으로 파고 들어가보면결국 제한된 자원의 배분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기서 자원은 물질적인 자원일 수도 있고 권리, 자유, 질서 등 사회적 가치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가 당위성을 얻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균형과 정의를 확보하는 것인데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최근에는 이러한 정치의 당위성이 무너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 발전으로 인해 절대적 빈곤이 해소되고, 아울러 희망찬 미래를 꿈꾸던 시절은 어느 새 지나가버리고, 이제는 자본주의 초기 시절 보였던 극심한 불평등이 다시 재현된 최근,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 대한 착취가 가속화되었지만 정치적, 사회적 연대는 과거보다 후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개별 시민으로 파편화되고 각자 도생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굶주림으로 대표되는 그런 빈곤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인간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본질적 수치심에 내몰리게 되는 상황을 포함합니다.
이 책,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에는 그런 상황에 내몰린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임을 증명하고자 몸부림칩니다. 하지만 정치적 소외, 그리고 전통적 커뮤니티의 붕괴로 말미암아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절망 뿐이지요.
자본주의 사회 체제 내에서 우리는 자본가가 아닌 이상 노동자로 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노동자성을 부인하곤 합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기도 하고, 혹은 시혜자의 시선에서 동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동자가 동료 노동자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연대와 지지가 아닐까 합니다.
사회와 경제를 떠받치는 노동자의 삶이 점차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평범한 시민이자 노동자가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당위를 보여주는 책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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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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