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시민들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최소한의 규범이라 배웠습니다. 법은 사회를 운영하는데 근간이 되는 최소의 질서이며 정의와 공정을 구현하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의 모습과 역할은 오히려 이상(理想)에 가깝고 현실에서 시민들은 법은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고 소시민들에게는 멀고 불리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법은 이해 관계가 충돌되었을 때 이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균형적 합의를 이뤄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왜 법은 이상에 다가가지 못하고 현실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듯하여 “법의 균형 (최승필 著. 헤이북스)”을 읽었습니다.
저자인 최승필 교수는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수라고 합니다. 독일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아무래도 대륙법의 원조인 독일에서 학위를 받다보니 다소 치우칠 수 있어 영미법과의 균형적 시각을 갖기 위해 미국 로스쿨에서도 연구하셨다는 것을 보면 법에 대한 학문적 성취에 대한 동기가 매우 강한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와 다르게 사실 법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특히 사회가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서 시민 사회, 과학기술 등의 발전 속도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법은 앞서 이야기했 듯이 최소의 질서이자 최소의 규범이기 때문입니다. 즉 인간사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지요. 결국 법에서 추구하는 정의는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한 정의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핵심 내용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양 극단이 부딪히면서 점차 균형적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므로 점차 정의에 수렴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좋은 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저자는 법이 없는 상태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물론 법이 없어도 별 문제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물리적,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핍박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종식시키는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법은 필요한 것이고 없어서는 안되지만 신뢰를 잃어버린 법 또한 문제가 클 것입니다.
결국 좋은 법의 조건은 각기 다른, 다양한 이익을 모두 고려하여 균형있게 설계된 법이어야 할 것입니다. 법을 제정하기 전 치열한 조율의 과정을 거쳐야 함은 물론 이질성과 다양성을 다양하게 고려한 합의를 반영하여 균형에 조금이라도 다가설 수 있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사회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더욱 복잡해지다 보니 법으로 모든 규율을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법은 점차 추상화될 수 밖에 없고 행정 규범들이 그 빈 자리를 채우고 있기도 합니다.
법은 존재만으로 법치를 완성시킬 수는 없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이미 있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한 경우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법은 그 실행과 통제, 해석과 적용이 더욱 중요할 지 모릅니다. 이 책을 통해 법의 필요성과 한계, 그리고 법치에 있어 시민의 의무와 연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법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고 법의 해석과 적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법은 시민의 힘에 의해 개선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바로 시민의 힘은 책임과 연대에서 나오는 것이고 개선의 방향은 균형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법이 무시되거나 잘못 이용되는 경우도 많지만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로 이를 바로잡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과를 축적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법의균형, #헤이북스, #최승필, #책좋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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