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SF라고 하면 우주전쟁, 시간여행, 미래 등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치 그것이 전부인양. 하지만 지금에 와서 SF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물론 우주전쟁과 시간여행도 있지요. 하지만 그것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우리’의 ‘지금’ 이야기입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전달력이 크게 달라집니다. SF는 ‘노붐 (Novum)’과 외삽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달력을 극대화합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관점을 새롭게하고, 비어있는 공간을 채워 총체적인 낯설음을 통해 독자에게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여 흔하디 흔한 ‘우리’의 ‘지금’ 이야기를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SF를 읽고 지금 우리를 생각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 (박애진 著, 폴라북스)”를 읽었습니다. SF 소설집입니다. 그리고 박애진 작가의 작품집이기도 하구요. 박애진 작가는 한국 환상문학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인데 그동안 다양한 엔솔로지를 통해 작품활동을 이어 왔는데 이번에 오랜만에 단독 작품집을 발표했습니다. 이 작품집에는 단편 여덟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선천적 교집합’과 ‘후천적 교집합’, 이렇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파트에 네 작품 씩이 수록되어 있죠. 교집합. 사전적 정의는 두 개 이상의 집합에 모두 포함된 원소들로 이루어진 집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통으로 포함하는 원소를 가졌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관용적으로 ‘공통점’을 의미하지요.
즉, 교집합을 가졌다는 것은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을 인식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관계와 교류를 의미한다 볼 수 있습니다. 즉, 박애진 작가의 이번 작품집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은 다를지 언정 모두 관계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모아 놓았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관계로만 끝나면 그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관계는 반드시 ‘의미’를 수반해야 그 가치를 지닙니다. 박애진 작가는 어떤 의미를 이 관계들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요? 독자마다 찾아내는 의미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집은 ‘우리’의 ‘지금’ 이야기를 조금 낯설게 바라보면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귀여움이세상을구원하리라 #박애진 #폴라북스 #SF소설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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