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著, 다산책방)”를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정보라 작가의 장편 소설입니다.
중단편 중심의 작품활동을 주로 하는 작가이다 보니, 장편 출간은 상당히 띄엄 띄엄한 편입니다. 이번 작품은 “고통에 관하여”는 완벽한 진통제, ‘NSTRA-14’ 등장 이후를 다룬 SF스릴러로 2019년 ‘붉은 칼 (아작)’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장편 소설입니다. (“붉은 칼”도 이전 장편 이후 7년 정도 걸려 나온 작품입니다.)
통증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을 감지하고 그것을 대응하기 위한 생체 반응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으로 주로 중추 신경계와 매개체를 통해 전달되는 현상입니다. 생존을 위한 메커니즘이지만 이것은 의학적 정의일 뿐 실제로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통증을 참아내기 어렵습니다.
현재 의학에서는 ‘존엄성’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모든 환자는 인간이기에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측면에서 존엄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통증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존엄성을 훼손합니다. 그렇기에 통증의 관리는 ‘존엄성’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진통제는 통증을 제어하는 약물로 앞서 이야기한 통증과 관련한 환자의 존엄성이라는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의학적 도구로 기능합니다. 입니다. 하지만 중독으로 인한 오남용, 중추 신경계 손상, 장기 손상 등 많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이 제거된 완벽한 진통제의 등장으로 드디어 인류는 고통을 제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고통은 인간의 죄를 증거하며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속죄의 과정입니다. 고통은 신앙심을 보다 깊게 하고 영적 깨달음에 도달하는 경로입니다. 고통은 곧 영생과 행복으로 가는 길에 만날 수 밖에 없는 시련에 불과합니다. 고통 없이 행복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나는 왜 아플까, 아니 모든 인간은 왜 아플까?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입니다. 누구나 겪는 아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고통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인류는 고통에서 종교적, 신앙적 의미를 부여합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고 보다 나은 내세를 보장하는 수단입니다. 고통은 신의 구원을 갈구하는 것이며, 그것의 배제는 영혼을 자각하지 못하는 삶으로의 인도입니다.
고통을 통한 인간의 초월을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고통을 관리함으로써 인간이 존엄해질 수 있다는 사람들. 두 가치가 충돌합니다. 그리고 테러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테러 사건을 조사하는 형가가 있습니다.
정보라 작가의 작품은 보통 저에게 상당히 더디게 읽힙니다. 문장 하나, 대사 하나가 뻑뻑합니다. 이야기에 담긴 의미, 고민과 성찰의 결과물로 존재하는 작가의 언어가 그만큼 밀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정보라 작가의 신작을 기대하셨던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으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고통에관하여 #정보라 #다산책방 #이북카페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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