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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과 국경 : 청-조선의 영토 인식과 경계 형성 (김선민 著, 최대명 譯, 사계절, 원제 : Ginseng and Borderland: Territorial Boundaries and Political Relations Between Qing China and Choson Korea, 1636-1912 )”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조선과 청의 국경 인식과 더불어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청나라와 조선 사이의 영토 경계와 정치적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소재가 바로 인삼입니다. 

책의 서문 격인 ‘들어가며’에서 흥미로운 사례 하나를 소개합니다. 저자는 조청 관계에서 영토 경계, 정치적 역학 관계, 무역 등에서 인삼이 차지하는 역할을 소개하면서 두 나라 간 연결된 역사적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합니다.

책에서 저자는 인삼은 단순히 무역 등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비롯되는 정치적, 외교적 수단이 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즉, 외교 관계, 정치적 역학 관계를 인삼이라는 경제적 수단을 통해 경제와 연결시켜 상호 연관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사를 해석함에 있어 일반적으로는 간과되기도 하는 경제적 이해 관계를 통해 역사를 해석하고 있고 이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경제를 구성하는 하나 혹은 여럿의 구성 요소가 정치적, 외교적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역사적 보편성을 도출할 수 있는 통찰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 “인삼과 국경”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조선과 청나라 국경인식을 인삼이라는 소재로 흥미롭게 풀어낸 책입니다. 사실 만주와 조선의 경계에 대해서는 4군 6진이나 백두산정계비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청이 만주를 봉금 지역으로 지정한 사유와 더불어 그 의의, 그리고 그 봉금지역에 얽힌 조선과 청의 여러 지정학적, 역사적 역학관계를 통해 조청 관계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외교, 정치, 경제의 의존성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특히 인삼, 영토 경계, 정치적 결정 등 이질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이 역사의 흐름을 형성하는 데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고 실제 역사에서 작동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책에서는 재배삼과 야생삼을 혼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구분하기 애매한 점이 있어 인삼이라 번역한 듯 합니다.그리고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국경 지대의 야생삼이구요. 책의 내용 상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긴 했는데 우리 용법으로는 보통 야생삼을 인삼이라 칭하지 않아 약간 어색하긴 했습니다. 


#인삼과국경 #김선민 #최대명 #사계절 #부흥 #조청국경인식 #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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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고 바라옵건대 (김보영, 이수현, 위래, 김주영, 이산화 共作, 안전가옥)”을 읽었습니다. 동아시아 전승이나 고전에서 등장하는 신수(神獸)를 소재로 하는 판타지 소설 엔솔로지입니다.


한나라가 황건의 난에 의해 무너진 해. 몇 년 째 한파로 기껏 싹을 틔운 작물도 얼어버려 먹을 것이 귀해진 시기. 버려진 아이가 많은 것은 당연지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대기에 싸인 한 갓난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먹여 키울 힘은 없는데 아이가 생겨 버려, 어른 밥 뺏기 전에 산신에게 제물로나 바친 것이겠지요. 산군 밀우(密友)는 한 입에 삼키려는데 이 아이가 범상치 않습니다. 아이같지 않은 힘으로 젖꼭지를 힘껏 빨아댑니다. 
밀우에게는 산군이기도 하지만 소서노의 핏줄을 지키는 왕후가(王后家)의 수호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밀우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이 엔솔로지에는 산군 혹은 산신으로 추앙받던 백호(白虎), 용(龍)과 같이 친숙한 신수들도 등장하지만 맥(獏), 곤(鯤)과 같은 신수도 등장합니다. 무엇보다 무덤 장식으로나 찾아볼 수 있는 진묘수 (鎭墓獸) 같은 신수는 문학 등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소재라 낯설지만 반갑기도 했습니다.  


다섯의 다른 신수, 다른 이야기를 통해 신수와 인간 간의 특별한 상호작용이 등장합니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다양한 모습의 이야기를 통해 신수와 인간의 관계, 삶의 가치, 꿈과 현실의 경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소설적 사유를 제시합니다. 신수들과 인간들은 적대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공생하며 서로를 구원하고 성장시키기도 합니다. 이 엔솔로지의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판타지 장르에 속하겠지만 이러한 구원과 성장, 그리고 인간성의 강조는 바로 환상이 일상과 만나는 지점이 됩니다. 


#원하고바라옵건데 #김보영 #이수현 #위래 #김주영 #이산화 #안전가옥 #소설집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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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이준호 著, 21세기북스)”를 읽었습니다. 서가명강 시리즈 중 35번째 책으로 유전과 진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기본 인자를 공유합니다. 그 인자를 우리는 유전자라고 하지요. 네 가지 염기서열로 이루어진 핵산의 무한 순열 속에 모든 정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바이러스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예외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만약 예외가 있다면 그건 지구상의 생명체가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생명 현상에 대한 입문서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 현상은 유전과 진화, 두 단어로 크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두 단어로 모든 생명 현상을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 두 단어를 설명하다 보면 생명 현상과 이를 다루는 생명과학의 많은 영역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질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은 자칫 어렵게만 생각할 수 있는 과학을 친근하게 여기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열쇠와도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은 생명과학과 관련한 여러 최신 연구 성과를 다루면서도 독자들이 흥미로워 할 이야기들을 중간 중간 들려주면서 흥미를 잃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그 중 우리말로 이루어진 유전자들에 대한 소개가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당(judnag)’ 유전자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예쁜꼬마선충에서 발견한 알코올 내성 돌연변이를 만든 유전자 이름입니다. 이 돌연변이를 만든 유전자를 찾은 다음 이름을 주당이라고 붙인 것이죠. 그리고 주당이라는 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 학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설명도 별도로 달았다고 합니다. ‘알코올에 강하다는 뜻을 가진 한국말’이라고 말이지요.

한글 이름을 가진 유전자는 예뽄꼬마선충 뿐 아니라 애기장대풀이나 초파리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파리는 ‘네모’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유전자일까요? 바로 눈이 사각형인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입니다. 애기장대풀에는 ‘오래살아’라는 유전자가 있다고 하는데 이건 딱 들어봐도 한국어 사용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우작은세계에서발견한뜻밖의생물학 #이준호 #서가명강 #21세기북스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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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필드 (박문영 作, 안전가옥)”를 읽었습니다.


살인 현장. 죽은 남자의 손목에는 팔찌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뱅글.  성적 페로몬을 반영해 색을 드러내는 팔찌입니다. 컬러 필드는 전통적인 결혼관과 연애관이 무너지는 시대와 맞물리면서 이를 통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개인의 성향을 드러내는 뱅글을 통해 연애 대상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죽은 남자는 뱅글러가 아닙니다. 가짜 뱅글을 차고 있었던 것이지요.
진짜 뱅글에는 바디캠 기능이 있기 때문에 쉽게 범인을 특정할 수 있지만 가짜 뱅글에는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사망한 지 시간이 꽤나 지났고 공사장인지라 CCTV 등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실마리도 없습니다.
그럼에두 불구하고 범인은 쉽게 나타납니다. 피해자의 부인이 자수를 한 것입니다.
컬러 필드의 직원 안류지는 리스크 관리팀 소속입니다. 살인 사건이 컬러 필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견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살인 사건에 얽힌 기묘한 빈틈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가 찾아옵니다. 오랜 연인에게서 발견한 수상함. 그리고 새로운 관계가 가져다 줌 설램. 

‘컬러 필드’는 SF 소설이라는 맥락에서 근미래의 사랑과 인간 관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상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일개 기업이 만들어낸 독특한 사회적 시스템, 그리고 기술에 의한 인간관계 변화상을 독자들은 관찰하면서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작 중 컬러 뱅글은 흥미로운 장치입니다. 자신의 취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다자 관계를 긍정하게 만들어 줍니다. 현실에서는 인간 관계를 맺기 전 상대방에 대한 많은 예측을 하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많은 소통을 하곤 하죠. 하지만 뱅글은 그러한 과정을 건너 띄거나 훨씬 축약할 수 있게 도와주죠. 그만큼 관계는 즉각적이고 그 기간은 짧아집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안에서 행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대표되는 사람 간의 관계는 쉽지 않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관계를 비판적이거나 혹은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최대한 중립적 서술을 통해 판단을 독자에게 넘깁니다. 
 

#컬러필드 #박문영 #안전가옥 #중편소설 #SF소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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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더존스 : 우리는 왜 차이를 차별하는가 (염운옥, 조영태, 장대익, 민영, 김학철, 이수정 共著, 사람과나무사이)”를 읽었습니다.


 

진화는 생물학적으로 하나의 생물집단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중요한 열쇠 중 하나입니다. 이것의 핵심이 바로 다양성입니다. 이를 사회 집단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적 다양성입니다.

“인디어더존스”는 이 담론을 다루고 있으며, 담론에는 6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전 세계 여러 선진국들 중에서도 사회적 다양성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다양성 지수나 감수성 역시 마찬가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당위성의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실존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 인간이 이루고 있는 사회는 다양성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와 친밀하고 자주 교류하는 사람과 훨씬 더 공감을 쉽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 인간에게 다양성은 너무 먼 개념이지요. 하지만 다양성이라는 것이 인류 사회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임을 인식하고 많은 시행 착오를 통해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야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논지입니다.

 

개인의 의지나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 정책이라는 점도 책에서는 짚고 있습니다. 인간 개인은 다양성을 싫어하는 본성이 자리 잡고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교육과 정책, 인프라를 통해 문화의 힘으로 키워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T&C재단의 기획으로 진행된 컨퍼런스를 지면으로 옮긴 “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홍성수, 김민정, 이은주, 최호근, 이희수, 한건수, 박승찬, 전진성 共著, 마로니에북스)”와 “행복은 뇌 안에 : 타인 공감에 지친 이들을 위한 책 (장동선, 박보혜, 김학진, 조지선, 조천호 共著, 글항아리)에 이은 책입니다.

“헤이트”가 차별과 혐오를 다루고, “행복은 뇌 안에”가 공감을 다루었다면. 이번에 읽은 책 “인디아더존스”는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디아더존스 #염운옥 #조영태 #장대익 #민영 #김학철 #이수정 #사람과나무사이 #컬처블룸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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