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김준녕 作, 고블)”를 읽었습니다.
김준녕 작가는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허블)”을 통해 ‘22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SF 장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소재의 한계를 둘 수 없음을 잘 보여주는 작가라는 사실을 전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지요.
전작이 장편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 읽은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는 단편 10작품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아뇨, 둘의 기억은 아주 가치 있어요. 정말로요.’ (수록작 ‘경매’에서 발췌)
첫 작품인 ‘경매’는 기억만이 유일하게 팔 수 있는 자산으로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여유 자산을 모을 수 없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사랑을 할 수 있음을, 인간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기억을 팔아서라도 그 사랑과 인간성을 지키려 합니다.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SF가 아니었으면 작중 주인공은 장기를 팔거나 다른 무언가를 팔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주는 여운은 느끼지 못했을 거에요. 이 작품은 SF만이 줄 수 있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2번 지구, 가나요.’, ‘예, 가지요’ (수록작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에서 발췌)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는 참 독특한 작품입니다. 초반부는 대구 시내에서 버스를 타는 이야기를 그린 에세이처럼 흐릅니다. 하지만 버스가 한 번 멈추고 작품 분위기는 일변합니다. 아주 몽환적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결심하지요. 2번 지구로 가기로, 그곳에는 자신을 이해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길진 않지만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초반부에는 제가 다른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적 느낌이 많이 나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SF가 담아낼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가 한계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록작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작품들이었습니다. 어떤 작품은 실험적이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느끼게도 해주었습니다. 김준녕 작가가 가진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 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고민의 깊이도 함께 느낄 수 있었지요. 다음 작품도 기대해보겠습니다.
#0번버스는2번지구로향한다 #김준녕 #고블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view]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원자모형 (정완상 著, 성림원북스) (1) | 2023.12.03 |
---|---|
[Review] 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남재철 著, 21세기북스) (0) | 2023.11.27 |
[Review]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불확정성 원리 (정완상 著, 성림원북스) (1) | 2023.11.21 |
[Review] 중세 유럽인 이야기 (주경철 著, 휴머니스트) (0) | 2023.11.20 |
[Review] 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作, 북다) (0) | 2023.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