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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7월 16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명문 규정을 두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금지, 조치, 처벌을 시행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소위 직장 내 갑질이라 불리우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은 결과라 하겠습니다. 다만, 아직 직장 괴롭힘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미비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기는 했지만 판례나 관련 사례가 축적되지 않아 현업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향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을 2001년 경부터 파워하라 (パワハラ, Power Harassment)라 칭해왔으며 개별 사례에 대한 법적 분쟁이 있어 왔습니다만 기업에 파워하라에 대한 방지책을 의무화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2019년 5월로 우리나라랑 비슷한 시기입니다. 다만 파워하라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은 우리나라보다 앞섰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자구적 노력을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시행해 왔습니다. 


 야마사키 토요코 (山崎豊子, 1924~2013) 작가가 1965년부터 1969년까지 연재한 “하얀 거탑(白い巨塔)”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는 일본 의학계의 부패상을 고발한 장편소설인데 일본과 한국에서 수차례 영상화된 바 있는 명작 소설입니다. 이를 영상화한 각본가인 이노우에 유미코(井上由美子, 1961~)가 앞서 설명한 직장 내 파워하라 문제와 미스터리를 결합하여 처음 선보인 소설이 일본 내 대형 슈퍼 체인을 가지고 있는 마루오 홀딩스라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각종 직장 내 괴롭힘을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실의 두 직원과 고문 변호사 등 3명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해러스먼트 게임(김해용 譯, 위즈덤하우스, 원제 : ハラスメントゲーム)”입니다.


 마루오 홀딩스에서 과거 잘나가다 파워하라 문제로 징계를 받고 좌천당해 소도시의 점장으로 근무하던 아키쓰 와타루는 회사가 이물 혼입 문제로 곤경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신임 컴플라이언스 실장으로 임명되어 구원투수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단순 이물 혼입 문제가 아니라 파워하라와 관련한 내부자의 소행임이 밝혀지면서 더욱 양상이 복잡하게 돌아가게 되는데 더구나 신규 점포 오픈 전까지 이를 해결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 조건까지 떠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키쓰 와타루는 마루오 사장에게 비밀 임무를 맡게 되면서 사내 정치 싸움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아키쓰는 조력자인 마코토, 야자와와 함께 파워하라, 하라하라(파워하라에 대한 해러스먼트), 세쿠하라(성희롱), 파타하라(부성에 대한 해러스먼트), 모라하라 (따돌림, 폭언, 행동에 의한 정신적 괴롭힘) 등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 나가면서 컴플라이언스 실장으로서 성장하게 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중 주인공격인 아키쓰가 점포개발에다 점장 출신으로 컴플라이언스 및 해러스먼트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사람으로 컴플라이언스 4년차인 마코토가 사건마다 자세히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서술하여 각종 해러스먼트에 대해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각 사건들을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작중 인물들이 다소 평면적이고 예상 범위 내에서 움직여서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근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매우 유용한 독서였습니다.


#해러스먼트게임, #위즈덤하우스, #이노우에유미코, #김해용, #파워하라, #직장내괴롭힘, #갑질, #하얀거탑, #문화충전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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