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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은 변수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에 통제가 불가능한 문제가 있어 실험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보니 통계라는 방법론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모델링에 필요한 변수의 통제 및 관리, 분석 및 해석에 있어 주관이나 편견이 개입하게 될 개연성이 많습니다. 또한 사회 현상의 증거를 판단할 때에도 역시 주관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학의 이론 중 “낙인이론(Labeling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의 사회적 일탈 행위를 사회 병리적 현상이라는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존재하는 내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규정하고 인식하는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으로 하워드 S. 베커 (Howard S. Becker, 1921~)에 의해 주창된 이론입니다. 그는 일탈, 예술 같은 상징적 상호작용과 관련한 사회학 연구에 지대한 업적을 세운 사회학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노학자가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70여년에 가까운 연구 생활을 집대성한 저작이 바로 “증거의 오류 (서정아 譯, 책세상, 원제 : Evidence)”입니다.




이 책에서 하워드 S. 베커는 많은 사회학자들이 이론을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데이터를 증거로 아이디어 혹은 개념을 발전시킴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의 연결고리는 추론에 기반하므로 그 추론이 합리성, 타당성, 보편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반드시 오류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계층과 문화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주장을 하려던 월린과 월도의 연구를 그 사례로 들고 있는데 사회과학에서 주된 방법론으로 사용하는 설문의 문항이 치밀하지 못하고 엉성하여 주장을 위한 추론의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또한 저자는 미국에서 사회적 고립의 심화를 다룬 로버트 퍼트넘의 연구를 사회과학적 방법론의 오류로 예를 들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는 과거에 비해 중대사를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내고 이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축소를 증명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면담자 중 일부의 면담 시간을 줄이려는 도덕적 해이의 결과물로 결국 사회적 고립은 가공의 산물이었던 것입니다. 해당 연구는 미국 내에서 엄청난 논쟁을 일으키며 국가적 담론으로까지 부각된 연구였음을 감안하면 사회과학적 방법론의 오류가 단순히 연구의 오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낭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실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소위 과학적 방법론이라 일컬어지는 데이터와 증거에 의해 사회현상을 설명하려는 이론에서도 인간의 주관에 의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을 수 있으며, 비단 연구자 뿐 아니라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각종 연구에는 연구자의 편견과 주관이 개입할 수 밖에 없으므로 언제나 회의적이며 비판적인 자세로 바라보고 스스로 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통찰을 한 학자의 혜안을 통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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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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