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著, 구유 譯, 은행나무, 원제 : La hija de la española)”을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공권력의 폭력이 넘쳐나게 되면서 오히려 무정부의 상태에 가까워진, 그리고 경제 공황의 만성화로 인한 극도로 피폐해진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실감나면서도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작가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Karina Sainz Borgo. 1982~)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출신으로 20대에 스페인에 정착하여 활동하고 있는 저널리스트하고 합니다. “스페인 여자의 딸”은 작가의 첫 소설로 “타임”지에서 선정한 가장 중요한 책 100권에 선정되기도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책, “스페인 여자의 딸”의 주인공, 아델라이다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던 베네수엘라의 평범한 여성입니다. 어머니도 이제 돌아가시고 난 다음, 이제 철저히 혼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지옥 같은 현실은 그곳에서 혼자 살아가는 주인공에게 녹록치 않습니다. 생리대를 사는데 수만 볼리바르를 지불해야 살 수 있습니다. 안정적으로 거래하기에는 달러화가 좋지만 이제 외화로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되어 버렸습니다. 외화를 소지하기만 해도 반역죄와 같은 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국가기관의 구성원은 아무 집에나 들어가 약탈을 해댑니다. 오늘도 제복을 입은 남자들 무리가 이웃집을 털었습니다. 그들은 어깨에 장총을 지고 전자레인지, 컴퓨터를 비롯해 숱한 약탈물을 들고 아파트에서 빠져 나갑니다. 집에서조차 안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언제 누가 약탈을 하러 들어올지 모르니까요.
어느날, 아델라이다의 집에 일군의 약탈꾼들에게 빼앗깁니다. 그들은 그냥 약탈꾼이 아니라 지역 보안관과 패거리입니다. 공권력을 등에 업고 폭력으로 사적 축재를 일삼는 무리입니다. 아니 애초에 그들에게 공권력은 그런 목적이었을지 모릅니다. 이제 아델라이다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한때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던 베네수엘라. 하지만 석유에 의존하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유가 폭락으로 인해 흔들리게 되고 정책적 실패와 부정부패, 그리고 쿠데타로 이어진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막장으로 치닫게 됩니다. 거기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빈부 격차는 극심해지기도 했고, 지속적인 경제 불안과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빈부 격차가 극심한 상황에서 경제적 혼란이 지속되면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게 되면서 범죄율이 올라가는 경향성을 보이곤 합니다. 이 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치안 역시 매우 불안한 상황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살인률과 범죄율에 있어 최근 5년 간 세계 1위로 최악의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러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삶 자체가 현실의 지옥이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참상은 사실 먼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그냥 텍스트에 불과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참상이 개인의 경험과 이야기로 우리들에게 전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공감하고 그 나라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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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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