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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강상규 著, 에피스테메)”을 읽었습니다. 


저자인 강상구 교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분으로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인 분이라고 합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기준과 패러다임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과 패러다임은 불변의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을 두고 바뀌곤 합니다. 실제로 역사를 바라보는 기준과 패러다임은 여러 차례 바뀌었고, 저자는 이렇게 역사를 바라보는 기준과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를 전환기 혹은 변동기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중 동아시아 근대사에 나타나는 전환기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서구의 폭력적 제국주의는 문제가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중심의 낡은 세계 질서가 지배하고 있었던 몽매한 상태에 놓인 동아시아는 이러한 서구의 충격 때문에 깨어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동아시아는 근대로 진입하는 문명화 과정을 겪게 되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19세기 동아시아는 이렇듯 외부의 충격으로 인한 문명화 단계로 역사적 진보를 이룬 시기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동아시아 역사를 바라볼 때 서구적인 시각, 즉 서구의 기준과 패러다임으로 해석하고 규명하려고 애써왔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즉, 기존의 동아시아 전통을 비문명, 전근대, 낡은 것, 정체(停滯),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규정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서양 중심에서 비롯한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에서 비롯한 것이긴 하지만 아편 전쟁 이후 서세동점의 상황을 겪으면서 점차 동아시아 내부에도 스며들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뿐 아니라 내면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승열패 (優勝劣敗)의 세계관과 자기 전통에 대한 부정과 멸시로 나타나게 되었다고도 저자는 진단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황영조와 우사인 볼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둘 다 올림픽을 제패한 훌륭한 선수이지만 분야가 서로 다릅니다. 아마도 단거리를 달리는 경기를 한다면 우사인 볼트에게 황영조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단거리’라는 기준에서 보면 황영조는 우사인 볼트와 비교하여 매우 열등한 선수가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라톤이라는 기준을 가져도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반대의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역사를 바라볼 때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인류가 봉착한 대부분의 문제는 ‘기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맹목적으로 이 기준을 신봉할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아편전쟁은 과학 혁명 이후 동서양의 격차를 보여줬던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동아시아는 서양에 비해 열등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했고 동도서기와 같은 개념도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역사 인식에 대한 사싱적 흐름은 동아시아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형성에도 필연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 쉽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세계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동아시아역사학선언, #강상규, #에피스테메,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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