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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주 (에밀 졸라 著, 유기환 譯, 문학동네, 원제 : La Débâcle)”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에밀 졸라 (Émile Zola, 1840~1902)는 프랑스 자연주의 사조를 띈 소설가로도 유명하지만 드레퓌스 사건 당시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정의와 진리를 위해 행동한 지식인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동안 에밀 졸라의 이름값 만큼이나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목로주점(박명숙 譯, 문학동네, 원제 : L'Assommoir, 전 2권)”,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 영화 ‘박쥐’의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유명한 “테레즈 라캥(박이문 譯, 문학동네, 원제 : Therese Raquin)”이나 “나나 (김치수 譯, 문학동네, 원제 : Nana)”, “제르미날 (박명숙 譯, 문학동네, 원제 : Germinal, 전 2권)”, “인간 짐승 (이철의 譯, 문학동네, 원제 : La Bete Humaine\)” 등 많은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패주”는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처음 번역 소개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프로이센과 프랑스 간의 전쟁인 보불 전쟁 (1870~1871)과 파리 코뮨 (1871)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나폴레옹 3세가 다스리는 제정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전쟁, 그리고 굴욕적인 프랑스의 패배와 항복, 이어진 제3공화국 수립, 파리 코뮨 성립, 파리 봉쇄 등 19세기 후반 숨가쁘게 휘몰아치는 역사적 사건들을 망원경처럼 조망하다가도 마치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나폴레옹 3세가 직접 친정한 스당 전투를 다룬 2부에서는 평범한 병사들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내몰려 고통을 당하면서도 용기를 발휘합니다. 하지만 전쟁과 재앙의 원인 황제 나폴레옹 3세는 스스로 자신만만하게 선전포고했던 적, 빌헬름과 비스마르크 앞에서 아량을 구걸합니다.  그리고 나폴레옹 3세는 겨우 건진 목숨에다 수많은 은냄비. 고급 포도주 등을 실은 화물 마차들과 함께 벨기에로 넘어갑니다. 마치 도둑질 하듯이 살금 살금 건너가는 장면은 에밀 졸라가 타락한 정치가나 지도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그가 이후에 보인 행동하는 지식인의 면모까지 같이 생각하면 더욱 울림이 크게 다가옵니다. 

작품 출간이 1892년이니 불과 20여년 전의 전쟁과 사건을 다룬 소설로 당대성이 살아 있으면서도 놀라운 이야기를 통해 당시 최고로 평가 받은 작품이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쟁 문학의 최고 걸작이자 당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역사 소설로도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패주, #에밀졸라, #유기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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