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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폴리스 (홍준성 著, 은행나무)”를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비뫼시의 고서점에 살고 있는 책벌레입니다. 햇빛이 들지 않는 책선반의 그늘과 습기는 그들이 살아가는데 더 할 나위 없는 조건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마치 천국처럼요. 하지만 그 천국은 길잃고 들어온 박쥐 한 마리에 의해 망해버리고 맙니다. 박쥐는 그들만의 천국에서 살아온 책벌레들을 잔뜩 잡아먹으며 그곳에 정착합니다. 하지만 고서점이 헐리면서 박쥐의 안락한 생활도 끝나게 됩니다. 쫓겨난 박쥐는 송골매에게 붙잡혀 먹이가 될 위기에 처하고 송골매는 고양이에게 공격을 받습니다. 결국 박쥐와 송골매는 노숙자의 허름한 더플백 안에 들어가 박제상과 약재상에게 팔리게 됩니다.
이후에도 마치 도미노처럼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져 연골이 다 닳아버린 유리부인, 비뫼시를 다스리는 가시여왕, 대홍수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42번에 와서야 비로소 머무릅니다. 

42번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울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 날 일어난 대홍수, 명백히 인재라고 해야할 바로 그 재난 때문에 번호로 불리우게 된 고아입니다. 다른 소설이라면 분명 주인공의 위치이지만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라 부르는 것 조차 조심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이야기가 주인공입니다. 이야기가 흘러 넘쳐 마치 작중의 대홍수처럼 몰아치는 바로 그 이야기 말입니다. 독자의 멱살을 붙잡고 이야기가 흐르는굽이 굽이마다 들여다보게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서사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독특한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고 싶으신 독자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카르마폴리스, #홍준성, #은행나무,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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