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버리다 ( 노엘 페린 著, 김영진 譯, 서해문집, 원제 : Giving Up the Gun: Japan's Reversion to the Sword, 1545-1879)”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일본사를 무기라는 관점에서 살펴 보면서 ‘어떤 이유’로 문명의 발전이 후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원저가 1979년에 출간된 책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40여 년 전에 출간된 책임을 감안할 때 다소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이 있음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사료를 통해 당대 일본과 유럽을 비교하면서 이어가는 설명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일본은 화승총을 처음 접한 1510년 이래 총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특히 총기를 처음 입수한 그 날, 바로 총기의 복제를 명령하고 (다네가시마 도키타가), 그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열 정의 복제 총을 만들어냈으며, 10년이 지나지 않아 일본 전역에 총기 제작자들이 화승총을 대량생산하게 됩니다.
이는 당시 일본이 전국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1560년부터 본격적으로 총기를 비롯한 화약무기가 본격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기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많이 제기되었지만 전술적, 기술적 해결책이 제시되면서 1575년이 되면 화승총이 전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한 일본 통일이 이루어지고, 조선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총기 수요는 급증하게 됩니다. 당시 조명 연합군과 치열하게 전투하던 한 장군의 보다 많은 총과 병사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면 그 사실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평화가 찾아오게 되자, 일본은 총기와 관련하여 유럽과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공식적인 화약 무기 폐기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느리고 오랜 감축의 과정이 있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오랜 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총기 제작자들이 나타났지만 1600년대에 접어들면서 총기는 중앙 정보의 허가를 받아야만 제작할 수 있었고, 총기 주문량은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그렇게 일본에서 총기 제작은 대중과 사무라이들에게 잊혀져 가는 기술이 되어가게 되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그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점을 바로 일본 문화에서 차지하는 ‘칼’의 위상과 상징성을 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칼은 개인의 명예를 드러내는 가시적인 형상이며 한 마디로 ‘혼’이라는 것입니다. 칼을 가질 권리가 없다는 것은 바로 성(姓)을 가질 권리가 없다는 것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문화, 즉, 칼을 가질 수 있는 것 자체가 특권인 문화였다는 것입니다. 총은 그러한 일본적 미학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전쟁 시기에 보다 효율적인 무기로서 총기를 선택했지만 평화 시기가 도래하자 다시 칼로 회귀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시기는 페리 제독에 의한 개항 시기까지 이어졌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바람의 검심’이라는 만화를 처음 접했을 때 작중 배경이 중세 시대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메이지 유신 이후가 시대 배경이라는 점을 알게 된 다음, 왜 ‘검’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그런 의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긴 했지만 이 책의 소개를 보고 난 다음 맨 처음 든 생각이 바로 ‘바람의 검심’이라는 작품을 통해 갖게 된 그 의문이었죠. 이 책을 통해 일본이 총기라는 새로운 무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지만 평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시 칼로 회귀한 시대적 배경을 알게 되면서 오랜 의문이 다소 해소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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