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데브라 N. 맨커프 著, 안희정 譯, 윌북, 원제 : The Secrets of Art)”을 읽었습니다.
음악이나 문학 작품의 경우 별다른 지식이 없더라도 바로 즐길 수 있는데 반해 미술 작품은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있다하더라도 알아야할 사전 지식이 없다면 제대로 된 감상이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미술 작품에 숨은 이야기를 아는 것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데 필수적이기까지 합니다.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에는 많은 미술작품들이 등장하고, 그 작품들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데 느끼는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 작품은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이라는 작품입니다. 네, 우리가 아는 그 다윗과 골리앗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그림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다른 많은 미술작품이 그러하듯이요.
이 작품을 그린 화가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라는 화가입니다. 본명보다 카라바조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화가이지요. 당대에 이름이 높은 화가였지만 성격이 불 같았던 그는 살인을 저지르고 맙니다. 성공의 정점에 다다랐던 그는 이 죄로 말미암아 사형 선고를 받고 로마에서 도망치고야 맙니다.
그는 그 이전에도 다윗과 골리앗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는데 그 중 마지막 작품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전쟁에서 패배하여 머리만 남은 거인 골리앗. 그리고 그 골리앗에게 승리를 거뒀지만 골리앗을 향한 연민을 품고 있는 다윗.
이 그림에 숨겨진 비밀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골리앗의 얼굴이 바로 카라바조 본인의 자화상이라는 점입니다. 뛰어난 화가로 당대에 인정받던 미술계의 거인이었지만 살인이라는 씻을 수 없는 죄로 말미암아 도망자의 신세가 된 자신의 얼굴을 패배한 골리앗에 투영한 것이지요.
또 하나의 비밀은 다윗 역시 카라바조의 어렸을 적 얼굴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이설이 있고 책에서는 두가지 설 모두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해석을 따르자면 패배한 골리앗을 바라보는 다윗의 모습은 어렸을 적 성공을 향해 나아가던 젊은 혹은 어린 카라바조가 성공의 뒤안길에서 쓸쓸히 도망다니고 있는 카라바조를 연민스럽게 바라보는 그림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익숙한 소재이다 보니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그림을 보다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해석이 됩니다.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우리가 미술 감상을 어려워하는 것은 그 작품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거나 들려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은 미술 작품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앞서 소개한 이야기 외에도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한 미술가의 고뇌를 과학기술을 이용해 밝혀낸 이야기라던가, 자신의 작품을 파괴하면서 그것을 즐기는 예술가의 속내 등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미술 작품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독서였습니다.
#처음보는비밀미술관, #데브라멘커프, #안희정,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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