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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적어도 두 번 (김멜라 著, 자음과모음)”


저자의 첫 작품집이니 이름이 낯선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세상마저 낯설고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더구나 이 책은 첫 수록작부터 저를 당황하게 만들더군요.

제목을 김완선의 ‘리듬 속에 그 춤을’에서 따온 것이 분명한 ‘호르몬을 춰줘요’인 그 작품은 인터섹스 (Intersex)인 그 혹은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남성과 여성, 두 성이 살아가기 위한 체계와 구조를 가진 이 세상에서 인터섹스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혼란, 해방구를 찾아나서는 나름의 모험이 세밀하게 잘 그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전혀 모르던, 아니 의식하지 않던 인터섹스에 대해 찾아 보았습니다. 실재하는 존재이며 그렇게 태어나는 비율도 낮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을까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컬쳐계에서는 이들을 존재하지 않는 양 비웃고 놀리고 상품화하였더군요. 


세상의 모든 구도림에게 응원을…




표제작인 ‘적어도 두 번’은 단어 치환 때문인지 혼란스럽고 불쾌한 작품입니다. 여기에서 불쾌감을 주는 작품이란 의미는 결코 나쁘게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작중 화자의 자기 변명을 통해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작가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제가 작가의 의도를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자가 만난 사람 형상의 생각은, 화자가 악수하기를 거절한 그녀는 아마도 죄책감이 아니었을까요?





“적어도 두 번”이라는 이 작품집을 통해 우리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과 그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도전하는 작가의 시선이 매우 낯설면서도 거대한 일반에 짓눌린 또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말 하나 :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른 작가의 시선에 싱크를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300페이지가 안되는 단편집을 읽어내는 데도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렸을 것입니다. 그만큼 제가 ‘일반’이라는 것이겠죠. 이제 조금씩 다른 세계에 있는 분들을 우리 세계에 제대로 초대하기 위해 나의 시선을 좀 넓혀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말 둘 : 앤 레키가 쓰고 신해경님이 번역하여 아작에서 출간한 “사소한 기원”에는 인칭대명사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으(em)’라는 대명사가 나옵니다. 그와 그녀로만 이루어진 세상은 '으'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아직까지는 내어주지 않고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볼 것들이 정말 많이 생기는군요.

 


#적어도두번, #김멜라, #자음과모음, #소수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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